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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축제의 장에서 돌변한 한국거래소…환호 대신 근조화환

2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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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코스피 5,000 달성으로 환호와 축하 소리가 가득했던 한국거래소의 분위기가 일주일 만에 급격히 가라앉았다.

지난 3일만 해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는 정은보 이사장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 등 정부와 국회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코스피 5,000 돌파 기념행사가 열렸다.

10일 거래소 1층 로비에는 커다란 근조 현수막이 또 내걸리면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해 7월 노조에선 대체거래소(ATS) 출범과 거래시간 연장에 항의해 현수막을 걸었다. 이번에는 거래소 지주회사 개편과 코스닥 자회사 분리에 대한 우려와 불만으로 가득했다.

그 아래에는 노동조합 기수별 근조화환과 풍자 그림까지 줄지어 세워졌다.

'KRX' 띠를 맨 채 살아있는 소의 옆구리에서 코스닥을 꺼내는 그림은 소뿔(코스닥)을 바로 잡으려다 소(거래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개편 소식에 대한 내부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걸린 현수막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한 가운데서 거래소는 연이어 진통을 겪고 있다. 앞서 거래시간 연장을 두고 이에 반대하는 회원사(증권사) 노조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시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함을 들면서 노무 부담과 전산 준비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경영진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통 입장을 밝혔다.

최근 거래시간 연장을 넘어 거래소 지배구조 변화까지 한꺼번에 광폭의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조직 내부에서는 누적된 불만이 공개적으로 폭발하는 모습이다.

거래소 임직원들 사이에선 충분한 공론화와 준비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 격앙된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에 대해 정책적 목표(3,000)를 제시하면서 사달이 났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현재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혁신을 위해 상장규정 개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전담 인원을 늘리고 개선 방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장성 있는 첨단산업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동시에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퇴출 조치에 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구조라는 혼란도 더해졌다. 코스닥 시장이 거래소 자회사로 분리될 경우 직원들의 소속과 업무 전반에 대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창 코스닥 체질 개선이라는 정책 과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논의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역시 코스닥 3000 달성을 위한 분리 운영 필요성을 제기하는 여당 지적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입법과 병행한 대책 마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각 시장 특성별로 개혁에 집중하기 위해 독립적인 시장관리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거래소는 이미 본부 단위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을 나누고 개별 시장에 맞춰 상장부 등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오히려 거래소 노조는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두고 나눠먹기식 비효율성과 시장 간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스닥 분리에 대해 "상장 남발과 투기를 부르는 닷컴버블의 재림"이라며 "투자자 보호가 아닌 투기판의 제도화"라고 지적한다. 조직이 분리되면 비용이 커질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낙하산 자리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 거래소 노조원은 "코스닥을 거래소에서 떼어내면 (지수가) 3,000에 도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어떤 논리에서 나오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놓인 풍자 그림

ybnoh@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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