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90년대생 본부장, 80년대생 부사장·전무가 잇따라 등장하며 임원단의 연령대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디지털 전환과 사업 구조 변화가 인사의 기준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94년생 본부장을 선임했다. 마케팅 내에서 온라인콘텐츠를 책임지는 자리다.
90년대생이 '본부'급 조직을 이끄는 건 발탁 인사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사례이기도 하다.
8년 전, '90년대생이 온다'는 임홍택 작가의 책은 출판과 동시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처럼 MZ세대라는 단어가 보편어가 되기 이전,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바이블처럼 여겨졌던 책이다. 지금은 대표가 된 한 증권사의 임원도 막내 사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싶어 책을 완독하고, 주위에 권했다고 한다.
신인류처럼 여겨졌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세대가 아니다. 한 세대를 더 올라가, 80년대생으로 범위를 넓히면 '젊은 임원'을 주축으로 한 인사의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미래에셋그룹은 2024년 연말 인사에서 81년대생 부사장을 선임했다. 현재는 그룹의 핵심 AI 조직인 웰스스팟의 초대 대표를 맡은 김연추 부사장이다.
2018년 미래에셋증권에 상무보로 합류한 그는 3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그로부터 3년이 흐른 뒤엔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초고속 승진의 연속이다.
성과를 보인 80년대생 임원은 김 부사장뿐이 아니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의 임원 선·해임 보고에 따르면, 84년생, 86년생인 2명의 상무와 10명의 이사가 임원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87년생을 포함해 11명의 상무가 성과를 내고 있고, 이사급의 인력에서는 80년대생이 주축이 됐다.
94년생 본부장이 온라인 콘텐츠를, 80년대생 부사장이 AI와 트레이딩 조직을 이끄는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장이 가속화되면서, 변화의 최전선에 있던 인력들이 임원으로 올라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사는 세대교체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사업 구조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온라인 콘텐츠, AI 기반 운용과 트레이딩,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축으로 꼽히는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이 핵심 보직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임원단의 연령대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탁인사를 인사 기조의 한 축으로 두고 있긴 하나, 이러한 변화는 특정 회사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증권·자산운용업계 전반에서도 디지털, ETF, 파생·트레이딩, 기업금융 등 핵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80년대생 임원이 전면에 배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온 인력들이 임원단으로 올라서는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외부 인재 영입에 그치지 않고, 내부 승진도 같은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에서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1980년생인 김민 자본시장본부장을 전무로 승진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연봉킹'으로 주목받은 곽일환 상무가 파생본부를 이끌고 있고, 키움증권에서도 홍완기 상무가 S&T마켓부문을 맡고 있다.
주요 자산운용사에서는 디지털 추진과 ETF 운용, 마케팅 등 각 핵심 부문을 맡는 실장 자리에 80년대생 인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8년생이 CEO일 때 비교적 빠르게 임원에 합류한 세대가 70년대생이었던 것처럼, 현재 60년대 후반생 대표 체제에서 80년대생 임원이 등장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특히 DX·파생·트레이딩 등 혁신 부문에서 성과를 낸 인력이 임원으로 올라서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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