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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와 주주가치②]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문제점은

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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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주주 지분율 높아 적대적 인수 시도 사실상 차단 상태

포이즌필, 상법 개정과 엇박자…중복상장이 차등의결권 효과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재계에서 도입을 주장하는 대표적 경영권(지배권) 방어 수단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이다.

다만 한국 특유의 '지배주주가 있는 소유구조'에서는 비효율적인 경영진까지 보호하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다 앞서 진행된 거버넌스 개혁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포이즌필

[출처: 구글 제미나이 생성]

1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인들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포이즌필이란 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은 신주인수선택권을 상법에 새로 도입하고, 회사가 정관에 근거해 이를 부여할 수 있게 했다. 사유는 '회사의 가치 및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 또는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명시했다.

차등의결권은 1주 1의결권의 보통주에 비해 의결권이 더 많은 주식을 말한다. 미국을 보면 창업자가 의결권이 가중된 주식을 보유한 경우가 종종 관찰된다.

국회에 발의된 차등의결권 도입 상법 개정안들은 법안에 따라 이사회 결의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의결권 수가 다른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처럼 지배주주의 힘이 공고한 국가에서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200 상장사 93%에는 지배주주가 있고, 이들의 평균 지분율은 42%에 달한다. 평균 주주총회 참석률이 70~80% 안팎인 상황에서 지분 42%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이사회 구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부 투자자의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가 사실상 차단된 구조다.

이렇다 보니 그간 국내에서 유의미했던 적대적 인수 사례로는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과 SK㈜[034730], 2006년 칼 아이칸과 KT&G[033780], 2020년 KCGI와 한진칼[180640] 정도만이 거론된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4년 펴낸 글에서 "재계에서 말하는 적대적 기업인수의 위험은 상당히 과장된 주장일 가능성이 높고, 그런 위협만으로 장기적 투자 감소 등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특칙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기업 지배권 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만약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 그동안의 거버넌스 개혁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해악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데, 반대로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포이즌필을 도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주주총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중복상장이 만연한 한국의 현실이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에게 10배가 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지주사와 자회사, 손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있으면 지배주주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주사 지분만 확보해도 세 회사를 실질적으로 모두 통제할 수 있다.

또 미국이나 영국 등 차등의결권이 있는 국가는 비상장 상태일 때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할 뿐, 상장사일 때는 이러한 주식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기 위한 정관 개정이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찬성)를 통과할지도 관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은 "의결권의 모든 변경 사항은 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주주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권고한다.

영국 주주 자문사 스퀘어웰파트너스는 "투자자들과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방어 조항에 반대한다"며 "지지하는 경우에도 그 목적은 통상적으로 이사회가 대안을 평가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협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지, 지속적인 경영권 고착화 도구로 사용되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개정을 국내 기업들이 대거 통과시켰던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입법이 이뤄질 경우 적잖은 기업들이 정관에 경영권 방어 수단을 새겨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타당성 여부를 떠나 경직적 성문법 전통을 지닌 한국에서 포이즌필을 적절하게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강상엽 베이징대 국제법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상사법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양한 발동 기준과 실질 소유 등을 법에 유연하게 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썼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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