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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의 조곤조곤] 日 환율·금리 주시하는 청와대

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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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청와대가 일본의 외환·채권 시장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얼마 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이른바 '사나에노믹스'라 불리는 확장재정을 향한 기대가 환율과 금리를 매개로 국내 시장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어서다. 일본의 정치 지형변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변동성을 향한 경계감은 예전보다 훨씬 짙어졌다. 한국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외부 앵커'로 일본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사나에노믹스의 핵심은 명확하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 환경을 동시에 유지해 경기 반등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변수는 환율과 금리다. 재정 확장을 향한 기대는 일본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장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통화 완화 기대가 유지되면 엔화는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본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은 과거보다 훨씬 짙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과 일본은 같은 '동아시아 수출형 경제'로 묶여 평가되기 때문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는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금리 상승 기대가 커진다. 실제로 글로벌 유동성은 아시아 자산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정책 방향은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갖는다.

청와대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일본의 추세적인 금리 변화다. 일본이 장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 환경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하면 글로벌 자금 흐름의 재배치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일본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일부 되돌리는 '자금 리패트리에이션(Repatriation·본국 송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 자금 흐름이 흔들릴 경우 환율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까지 우려하기도 한다. 사나에노믹스가 막대한 규모의 추경을 전제로 할 경우, 국채 공급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선거 직후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줄곧 오르며 회사채 등 채권 금리 전반을 우상향하게 했다. 학습효과가 있는 시장은 '금리 급등 → 해외 투자금 회귀 → 엔화 급등 → 글로벌 자산 투매'로 이어지는 과거의 악순환을 벌써부터 떠올리고 있다. 일본 금리가 미국 등 주요국 금리와의 격차를 좁히게 되면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곳곳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단 얘기다.

이에 환율 시장의 긴장도 커졌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이는 경상수지 기대를 흔들고, 다시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준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 일본과 경합하는 산업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 변화는 단순한 금융 변수를 넘어서는 트리거다. 수출 전망과 기업실적, 나아가 증시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최근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본 시장동향을 단순한 외교·경제의 참고 지표가 아니라 '정책 변수'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외환당국 역시 원·엔 환율 흐름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지션 변화를 동시에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정책변화가 한국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수록 선제 대응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재정확장 기조가 글로벌 금리 환경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일본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글로벌 채권시장 전체의 금리 레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미국 금리와도 연결되고, 다시 국내 금리 경로에 반영된다. 결국 일본의 정책 선택이 글로벌 금리 체인 전체를 흔들고, 그 여파가 한국 금융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간접 통화정책 효과'로 해석한다. 한국이 직접 금리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일본과 미국의 정책 조합에 따라 국내 금융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처럼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는 이런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

결국 핵심은 속도다. 일본의 정책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국내 금융시장의 조정도 그만큼 빨라진다. 청와대가 일본의 환율과 금리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 가깝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균형 축이 미묘하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일본이라는 변수가 원화 가치와 금리, 자본 흐름을 동시에 흔들 수 있어서다.

지난해 말,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셔틀외교가 복원되며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듯이, 금융 시장에서의 액션과 리액션의 밀도도 짙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외부 변수들이 많다"며 "지금은 특히 일본 시장을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시기"라고 귀띔했다.

이는 과거에는 미국 금리만 보면 됐다면, 이제는 일본의 움직임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나에노믹스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속도와 강도에 따라 한국 금융시장의 방향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의 시선이 도쿄를 향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곧 한국 금융시장의 다음 장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정치팀 정지서 차장)

호류지 방문한 한일 정상

(나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4일 일본 나라현 대표 문화유적지인 호류지(법륭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1.14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uperdoo82@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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