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혁신기업을 키우고 육성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20년 후, 미래의 거래소를 생각하면 현재의 시스템이 맞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코스닥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를 향한 책임론도 피할 수 없는 화두가 됐다. 거래소가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플랫폼으로 제 몫을 다했는지 돌아보자는 목소리다.
거래소가 마주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대체거래소(ATS)의 등장은 국내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고 있다.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거래는 더 빠르고 간편해졌다. 자본의 국경은 이미 희미해졌다. 몇 번의 손짓으로 투자자는 태평양 건너의 주식을 산다.
글로벌 대표 거래소는 상장 제도와 상품 혁신을 앞세워 기업과 자금을 끌어모은다. 디지털자산 시장까지 본격화되면 경쟁자는 더 늘어난다. 시간과 국경의 경계를 지워버린 새로운 시장은 전통의 틀을 깬다. 한정된 자원인 돈과 관심은 분산된다.
이렇게 선택지가 늘어나는 순간, 국내 자본시장의 독점적 운영자라는 지위만으로는 거래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한국거래소 역시 여러 투자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환경이 달라질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좋은 기업이 모이고, 부실은 걸러지며, 투자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미래를 고민하자는 문제 제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기본을 갖추기 위해 거래소도 나섰다. 금융위가 마련한 부실기업 퇴출 계획에 한국거래소는 '집행자'로 참여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꾸려,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 단장인 코스닥시장본부장 산하에 4개 팀을 둬 밀착 점검 체계를 가동한다. 상장폐지 실적은 올해 경영평가에도 높은 가중치로 반영된다. 과거와 달리 퇴출의 엄정함 자체가 성과 지표가 된 셈이다.
거래소의 노력에도 시장의 기본을 다지는 작업이 해법의 전부는 아니라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종목을 골라내는 것만으로는 플랫폼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여당에서는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들고나왔다. 최근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 등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별 책임 경영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도 "거래소를 전면 재설계 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빠르게 마련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경쟁력이라는 이름 아래 지주회사 전환과 시장 분리가 다시 거론되는 모습은 일종의 데자뷔다. 10년 전과 닮은 문제의식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2015년, 정부는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파생상품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명분은 코스닥 경쟁력 강화였다.
최근 거래소에 보내진 근조화환과 부산시의 반대 역시 낯선 장면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지주회사 전환 논의가 불붙자 내부 구성원들은 반발했고, 거래소를 품은 지역사회 또한 반발했다.
결국 개편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10년 전 멈췄던 논의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반복되는 데자뷔가 또 한 번 스쳐 지나갈지, 아니면 이번에는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10년 전보다 시장을 둘러싼 압력은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gepark@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