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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의 뷰포인트] 투기적 흥분의 술잔이 치워진다

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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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뉴욕증시의 화려했던 파티가 끝나가고 있다. 유동성이라는 달콤한 술에 취했던 시장에 위험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파티장의 술잔이 하나둘 치워지고 있는 지금, 시장에서 보내는 몇 가지 결정적인 신호를 직시해야 한다.

첫 번째 징표는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자산의 급락이다. 가상자산은 시장 유동성의 '가장 예민한 온도계'다. 작년 10월 12만6천달러(약 1억8천만 원)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비트코인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금을 대체할 안전자산이라는 내러티브는 완전히 무너진 채 시장에선 이제 최전선의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순유출되고, 일부 헤지펀드의 청산설까지 제기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잉여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곳이 가상자산 시장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시장의 현재 모습은 단순히 가상자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 유동성 축소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

Gemini AI가 제공한 생성형 이미지

두 번째는 혁신 기술주의 상징인 아크 인베스트 ETF의 고전이다. 아크 인베스트의 ETF 가격추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판단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한다. 과거 코로나 시대의 유동성이 축소되던 때 아크 인베스트의 대표 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MS:ARKK) 가격은 159.70달러의 고점에서 하락을 시작해 2022년 29.43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작년 11월부터 4개월간 22%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이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13억달러(약 1조8천761억원)에 달하는 등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크 인베스트는 중소형 IT주를 발굴해 고수익을 올리는 자신의 투자원칙을 잠시 제쳐두고 이제는 알파벳 같은 정통 빅테크 종목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성장주와 파괴적 혁신에 베팅하며 승승장구했던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의 전략은 힘을 잃고 있다. '미래의 꿈'만 먹고 살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월봉 차트

세 번째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무리한 레버리지 활용과 그에 따른 반작용이다. 레딧(Reddit)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결집한 개인들은 주식을 넘어 금과 은 등 원자재 시장에서도 고배율 레버리지 베팅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금·은 가격 급락과 함께 레버리지 상품이 하루 만에 60% 가까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강제 청산'의 도미노를 불러오며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됐다.

BIS는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주식과 금이 동시에 거품 영역에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통상 주식(위험자산)과 금(안전자산)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상식이지만, 지금은 모든 자산이 유동성에 절여져 '투기적 흥분(Speculative Exuberance)'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BIS는 이 거품의 주된 동력으로 개인 투자자를 지목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유 비중을 줄이거나 관망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금과 주식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포모(FOMOㆍ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 개인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파티를 주도하던 주인들은 이미 겉옷을 챙겨 문밖을 나서고 있는데 술잔을 높이 든 개인 투자자들만이 텅 빈 파티장을 채우며 흥을 돋우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가장 섬뜩한 고점 신호는 바로 이 '투자 주체의 교체'에 있다.

시장을 지탱하던 마지막 보루인 AI(인공지능) 열풍마저 흔들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그래서 돈은 언제 벌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실적발표 이후 나타난 '블랙 테크' 공포는 AI가 단순한 테마를 넘어 실질적인 ROI(투자 대비 수익)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눈은 더 이상 화려한 환상에 머물지 않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다. AI의 위협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으며, AI로 인한 사무직 해고와 오피스 감소 우려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설까지 제기되는 등 시장 전반에 공포를 투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비관론과 공포심조차 역설적으로 지난 시절 우리가 누렸던 화려한 유동성 파티가 명백한 끝물에 다다랐음을 방증하는 징표다. 시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황소가 정열적인 춤을 추는 사이 무대 뒤 커튼 너머에서는 곰이 조용히 분장하며 출격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국제경제부 선임기자)

jang73@yna.co.kr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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