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글로벌 회사채 시장의 랠리로 인해 신용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 최저점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버블과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경고가 나왔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좇아 회사채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면서 신용 위험에 대한 보상인 가산금리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우량 등급 회사채인 'AA'와 'A' 등급 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1997년 데이터 집계 이래 처음으로 0.2%포인트(p) 미만으로 좁혀졌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BBB'와 'A' 간의 격차 또한 0.3%p 수준으로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거품이 가장 심했던 2007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렇게 좁혀진 스프레드는 채권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반영한다.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절대 수익률(Total Yield)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국채 금리 자체가 워낙 높아졌기 때문에 회사채 스프레드(위험 수당)가 적더라도 국채 금리를 더한 총이자 수익은 5%에 육박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기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재정 지출이 많은 정부의 국채보다는 차입에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온 기업들의 부채를 매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이처럼 낮아진 조달 비용(스프레드 축소)을 기회 삼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이례적인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을 발행해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인공지능(AI) 투자 비용 증가로 신용등급 강등 압박을 받는 오라클도 지난주 25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유럽의 'BB' 등급 시멘트 제조사 타이탄 시멘트도 지난주 독일 국채 대비 약 1.1%포인트 높은 가산 금리에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작년 평균(1.9%포인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프레드가 이렇게 타이트할 때 채권을 발행한 오라클의 판단은 현명했다"며 "투자자들이 수익률 사냥에 혈안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회사채와 국채의 큰손인 영국 보험사 피닉스 그룹의 누완 구네틸렉 자본시장 책임자는 "지난해 늦여름부터 크레딧 시장이 점점 더 버블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대응해 회사채 포지션 일부를 매도하고 영국 국채 같은 더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포트폴리오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M&G 인베스트먼트의 벤 로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수익률만 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씨티그룹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스프레드 축소는 비대칭적 위험(asymmetric risk)을 키운다"며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는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베스코의 매튜 브릴 북미 투자등급 크레딧 헤드는 "이제는 철저한 '종목 장세'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등급이 낮은 채권을 샀다가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수익을 내던 시기는 지났다"고 조언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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