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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만7천원짜리 라면과 코스닥

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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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 한 봉지 가격은 보통 1천 원 안팎이다. 만약 내일 라면값이 3만 원이 된다는 소문이 돈다면, 오늘 라면을 사재기하는 게 합리적일까? 본질 가치가 1천 원인 물건을 2만 7천 원에 사는 것은 기대 수익보다 하락 위험이 압도적으로 큰 무모한 짓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 기이한 '비싼 라면 사재기'가 투자의 탈을 쓰고 벌어질 태세다. 17세기 네덜란드를 뒤흔든 튤립 파동의 망령이 2026년 코스닥에 스며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발 부양론에 편승해 펀더멘털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정부가 띄워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고평가된 주식을 담는 행태가 확산하고 있다. 그것도 빚을 내면서까지.

최근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훈풍을 타고 사상 최초로 5,500선을 뚫었다.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기염이다. 반면 코스닥의 기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번엔 코스닥 차례"라고 기대하거나 정부가 돈을 더 풀어 키 맞추기를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낸다.

하지만 시장의 눈은 냉혹하고 정확하다. 코스피의 상승은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 있는 이익 성장(EPS)이 뒷받침된 결과다. 이익이 두 배 늘어 주가가 두 배 오른 것을 두고 우리는 거품이라 부르지 않는다. 정당한 가치 평가다.

반대로 코스닥을 보자.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가 넘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2.3배에 달한다. 기초 체력이 바닥난 환자에게 영양제만 주사한다고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펀더멘털 없는 인위적 부양이 어떤 파국을 맞는지 2015년 중국 증시 사태를 통해 목격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경기 둔화를 감추기 위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주식 투자를 독려했다.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나 EPS 증가 없이 유동성으로 올린 주가는 상하이종합지수를 두 배 넘게 밀어 올렸지만, 거품은 금세 터졌다. 한 달 만에 30%가 폭락하며 3조 달러가 증발했다.

최근 코스닥을 둘러싼 열기에서 기시감이 들어 우려스럽다. 기업의 체질 개선보다는 인위적인 주가 부양 기대가 앞선다. ROE가 자기자본비용(COE)을 넘어서지 못하는 기업의 주가를 억지로 떠받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썩은 뿌리는 그대로 둔 채 꽃만 피우려 드는 격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150개 한계기업을 상장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좀비기업을 도려내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여 ROE를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가는 기업이 흘린 땀과 공정한 심판이 만드는 그림자다. 코스닥은 어쩌면 지금 소외당하는 것이 아니라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일지 모른다. (증권부 이규선 기자)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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