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양치기 기업'과 재무구조가 무너진 한계 기업을 조기에 걸러내기로 했다. 불성실 공시를 반복하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심사 시점도 앞당긴다.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기업을 적시에 퇴출해 코스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14일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부실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서 4대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했다.
형식적 요건에 해당하는 시가총액 기준과 동전주 퇴출뿐 아니라, 실질심사로 연결되는 자본잠식 및 공시위반 요건도 강화했다.
현행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공시벌점이 15점 누적되면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이번 대책에서 금융위는 이 벌점 기준을 10점으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이 한 번이라도 발생할 경우, 곧바로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한다.
현재 코스닥 불성실공시 제도는 공시 불이행이나 허위·누락 공시, 반복적인 정정 공시 등이 발생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 구조다. 8점 이상의 벌점을 부과받은 경우 1일간 매매거래 중지 조치가 내려진다. 벌점의 수준에 따라 불성실공시 사실 공표 기간을 정한다.
다트 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15곳의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개 기업이 공시불이행·번복·변경 등을 이유로 5점 이상의 벌점을 부과받았다.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기업인 유틸렉스는 지난 6일 15.5점의 벌점을 부과받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현행 기준 상으로도 15점 이상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유틸렉스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의 취소 공시를 번복했고, 해당 계약의 지연 공시와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지연 공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유틸렉스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결정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신설하고, 향후 조속한 거래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행정적·경영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안내했다.
이 밖에도 해상통신장비 기업인 삼영이엔씨가 12.5점의 벌점을 부과받았다. 회사는 M&A 투자계약 체결 해제, 회생절차 개시신청 취하 등의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삼영이엔씨는 횡령·배임의 발생으로 이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으며, 지난 11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또한 당국은 부실한 재무를 가진 기업도 적시에 시장에서 퇴출당하도록 기준을 손봤다. 현재는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에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한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에도 요건으로 확대한다.
다만 사업연도말 기준은 즉시 상장폐지되지만, 반기 기준인 경우에는 기업의 계속성에 대한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재무 부실을 살피는 실질 심사 요건을 추가한 셈이다.
이번 재무 요건 강화의 배경에는, 취약 기업이 지수 전반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깔려 있다. 수익성 기반이 무너진 기업까지 동일한 시장에 묶여 있는 한, 코스닥의 평균 밸류에이션과 지수 흐름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판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약 41%에 달한다. 이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도 18%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구원은 2011년 이후 매년 6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을 지수에서 재외하고 지수를 재산출할 경우, 2024년 기준 코스닥 지수가 37%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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