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6세대인 HBM4 양산 출하를 선언하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지만, HBM 시장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000660]의 입지가 견고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특히 최근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99치킨' 회동은 양사의 관계가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전략적 협력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출처: SK하이닉스]
◇ 실리콘밸리 '99치킨' 만남…격식 벗은 동반자 관계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국내 기업인들과 만난 이른바 '깐부 회동'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식당 '99치킨'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났다. 황 CEO가 최 회장을 초대하는 모양새였다.
이번 만남은 공식 회의장이 아닌 현지 식당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형식적인 비즈니스 미팅이 아닌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양사 최고경영진 간 관계의 밀도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HBM은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HBM3E 세대에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Blackwell)' 물량의 약 75%가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점유율을 넘어 AI 가속기 공급망에서의 역할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AI 서버 출하 일정이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안정적 수율과 대규모 양산 능력은 고객사 입장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HBM4, '범용'에서 '맞춤형'으로
HBM4부터는 경쟁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메모리 하단의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이 적용되면서, 고객 요구에 맞춘 설계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표준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별 사양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이 요구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커스텀 HBM' 확산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SIC(주문형반도체)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올해 8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수요가 전체 HBM 시장의 약 1/3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가 GPU 중심에서 주문형 칩으로 확대되면서, 메모리 역시 칩 구조에 맞춘 최적화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제품 개발 초기부터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설계 단계에서 인터페이스, 전력, 열 관리 구조 등을 함께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가 확정된 이후에는 공급사 변경이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 협력 경험과 공급 안정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단순히 규격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과 로드맵을 공유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공급'을 넘어 '공동 설계'로
UBS는 올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Rubin)' 플랫폼에 탑재될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약 7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협력 구조가 차세대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기반한다.
HBM4에서는 베이스 다이 로직 공정 구현을 위해 파운드리와의 협업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TSMC 간 협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객 요구에 맞춘 설계와 공정 연계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메모리 업체와 파운드리 간 '원팀' 전략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HBM4부터 고객 맞춤형 요소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공급 관계를 넘어 공동 설계(Co-Design) 기반 구조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은 HBM을 매개로 형성된 협력 관계가 차세대 기술 단계에서도 이어질지 가늠하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HBM 시장이 범용 중심에서 맞춤형 구조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공급사와 고객 간 협력의 깊이가 향후 경쟁 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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