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흔들린 기술의 삼성', '기술 경쟁력 회복이 필요', '긴 터널을 지나는 중', '낮아진 눈높이 높아진 우려'.
좀처럼 기업에 직설적으로 쓴소리하지 않는 증권사들이 2024년 말~2025년 초 내놓은 삼성전자[005930] 보고서 제목들이다.
너도나도 '삼성전자 위기론'을 말하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13일 역대 최고가인 18만1천200원에 거래를 마친 삼성전자의 주가는 불과 1년 2개월 전만 해도 4만원대에 거래됐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시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된 것은 단연 고대역폭 메모리(HBM)였다. 발열과 수율 등 여러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이 경쟁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 부품인 HBM 공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시장은 냉혹한 판단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최신 HBM이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여부가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SK하이닉스[000660]는 날아올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69%를 기록하는 동안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18%)에도 뒤진 충격적 숫자였다.
'사내에 경직적 관료주의가 만연하다', '기술자가 대우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익명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회사를 비판하는 직원들까지 나왔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2024년 10월에 연출됐다. 같은 해 5월 이례적인 최고위급 원 포인트 인사로 DS(디바이스설루션)부문장에 임명된 전영현 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일에 더 이례적인 반성문을 공개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는 자연스럽게 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경쟁력 회복 대책을 따져 묻는 주주들 앞에 경영진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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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작년 중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HBM)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차세대 HBM4(6세대 HBM)에서는 최선단 10나노급 6세대(1c) D램,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충분히 검증된 공정을 채택하는 전례를 따르지 않고 일종의 도박을 시도한 셈이었다.
치열한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문화 복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메모리 시장 호황이 순풍이 됐다. 빈약했던 임직원 주식보상을 강화하며 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노력까지 뒤따랐다.
차츰 성과가 났다. 올해 신년사에서 전 부회장은 직접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길었던 삼성전자 '고난의 행군'은 끝났다.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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