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는 여전히 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정보다. 목표주가 상향 소식, 혹은 용기 있는 '매도' 의견에 주가가 즉각 반응하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실제로 투자자에게 초과수익, 이른바 '알파'(α)를 안겨주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15일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 보고서에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의 투자가치는 2013년 이후 관찰되지 않는다"며 "이는 애널리스트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 추천 전략은 과거에는 유의미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힘을 잃었다고 분석한다. 이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연구원은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약 70만 건의 투자의견과 60만 건이 넘는 목표주가를 검토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선 시간이 흐를수록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 심화됐다. 매수의견 포트폴리오의 편입 종목 수는 2000년 380종목에서 2024년 563종목으로 큰 폭 늘었다. 상대적으로 보유(HOLD) 종목의 수는 402종목에서 134종목으로 크게 줄었다.
이러한 편향에 따라 애널리스트가 긍정적 의견을 낸 포트폴리오 자체가 무거워지면서, 초과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됐다. 2012년을 기점으로 포트폴리오의 '알파'는 사라졌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결합할 경우 성과는 더 뚜렷했지만, 이런 효과 역시 2013년 이후 사라졌다. 매수·적극매수 종목과 매도·보유 종목 간 성과 격차도, 목표주가 상향과 하향 간 수익률 차이도 통계적으로 의미를 잃었다.
보고서는 이 변곡점을 단순한 시장 상황 변화로 보지 않는다. 2013년 이후 애널리스트의 정보 우위가 구조적으로 약화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분기점이 된 2013년은 CJ E&M의 미공개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해이기도 하다. CJ E&M 사건은 일부 애널리스트가 미공개 실적 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유출한 사건으로, 이들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사건은 기업 관련 정보의 취득과 생산에 따르는 법적 위험을 높였으며, 이를 계기로 애널리스트의 기업 접근 경로는 크게 위축됐다.
김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정보력 약화는 투자의견 및 목표주가의 변별력 약화, 낙관적 편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현상"이라며 "고유정보의 부재는 독자적인 평가, 특히 부정적 평가를 어렵게 만들고 실적 공시와 같은 공적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보취득 경로의 위축이 기업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유인을 강화시킨다면 정보 제공의 낙관적 편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애널리스트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체 데이터 활용, 분석 기법의 진화, 분석 영역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며, 정책 당국 역시 공시의 질을 높이고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공식적 소통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보의 생산·중개자이자 시장의 감시자로서 애널리스트의 경제적 기능과 역할은 정보력과 분석력, 그리고 객관성과 정확성을 전제로 성립한다"며 "이 전제조건을 충족,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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