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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아메리카] 달러 대신 '금·프랑'…"리밸런싱 차원"

2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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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 관련 자산을 내다 파는 이른바 '셀아메리카' 분위기 속에서 글로벌 자금은 금이나 스위스 프랑 등 대안을 찾아 나선 모습이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로렌 굿윈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열린 글로벌투자회의에선 미국 외 지역 투자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다뤄진 주제였다"며 "유럽 동료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외 지역으로 투자를 다변화하려는 개방적인 태도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달러가 흔들리자 가장 먼저 불붙은 자산은 전통적 경쟁 관계에 있는 금이다.

아시아에선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기록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에 따르면, 2026년 1월 말 중국의 금 보유량은 7천419만 온스로, 전월 대비 4만 온스 증가해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달렸다. 반면, 미국 재무부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2025년 11월 6천826억 달러에 그쳐 2008년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인도중앙은행(RBI)의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기준 13.6%로 집계됐는데, 1년 전 9.3%에서 대폭 뛰었다. 인도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25년 10월 말 기준 약 1천9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7억 달러 감소했다.

가디언은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 25%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거의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많은 중앙은행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금 재고를 본국으로 송환하고, 달러화에 대한 노출도를 낮추고 있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자산운용사 카르미냐크의 라파엘 갈라르도 수석 경제학자는 "민간 투자자와 정부 투자자 모두 달러로 보유한 전략적 외환보유고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제든 하룻밤 사이에 몰수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의회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달러는 세계 통화 시스템의 기준으로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 현물 가격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대체 통화로는 스위스프랑이 다시 부상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프랑 가치는 달러 대비 약 13% 상승했다. 프랑 강세는 2026년까지 이어졌고, 1월 말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은 1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미국이 그린란드를 겨냥해 유럽에 관세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프랑의 2차 매수세가 시작됐다. 여러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보복 관세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프랑 가치의 추가 상승을 촉발했다.

시장은 프랑이 강세를 보이는 기간, 미국-스위스 국채 금리 스프레드(차이)가 달러화에 유리하게 움직였는데도 프랑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였다는 데 주목했다.

투자자들이 명목 수익률(금리)보다 자본 보존, 기관 신뢰도, 인플레이션 통제를 점점 더 우선시함에 따라, 스위스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프랑이 수혜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리 하드먼 외환 연구원은 "달러와 엔화 모두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정치적 격변으로 약해졌다"며 "장기적으로 스위스프랑은 다른 선진국 통화들 사이에서 최고의 가치 저장 수단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투자 수요는 신흥국 관련 상품으로도 유입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8.8% 상승하며 2012년 이후 최고의 연초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이셰어즈 JP모건 미국 달러(USD) 신흥시장 채권' ETF(EMB)는 2025년 한 해 동안 13%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고,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신흥시장' ETF(IEMG)는 올해 1월 한 달 동안 89억 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 유입을 끌어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발레리 보드송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 자산을 축소하고 유럽 및 신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셀아메리카 현상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일 뿐 미국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미국을 완전히 떠나려는 시도라기보다는 기존의 투자 위험을 헤지하고, 새로운 자금을 어디에 다각화해 투자할지 결정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본드블록스의 조애나 가예고스는 "달러 약세 압력이 비(非)미국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작년의 수익률을 보고 기회를 잡으려는 것일 뿐 미국시장 중심의 거래 기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채권시장이자 거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미국 경제의 회복력과 안정적인 기업 이익, 튼튼한 재무제표가 그 근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최근 관세 위협 당시 유럽의 가장 강력한 보복 카드 중 하나로 유럽이 보유한 미 국채가 꼽혔지만, JP모건은 "사실상 사용 불가능한 수단"이라고 봤다. 또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진정된 가운데 '셀아메리카' 전략에 흠결이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미국 전체 국채시장의 24%를 차지하는 유럽이 채권을 투매하면 미국 금리는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언뜻 보기엔 완벽한 보복 수단처럼 보이지만, 이는 자폭 테러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전 세계 대출 금리가 솟구치고 국가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가뜩이나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들이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투자처로, 견고한 소비 시장과 유연한 통화정책, 에너지 자립, 그리고 인공지능(AI) 산업이라는 압도적인 순풍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며 "'셀아메리카'를 외치기엔 미국의 성장 모멘텀이 너무나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달러-스위스프랑 환율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mjlee@yna.co.kr

이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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