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맥스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화로 표시된 미국 자산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는 셀 아메리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십 년간 '무조건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동시에 달러, 대형 기술주(M7)에 대한 절대 신뢰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미 국채, 거리두기…비중 축소 현실화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해외 공공기관과 민간 연기금 중심으로 미국 채권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셀 아메리카' 조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2025년 기준 지난 5년간 약 5천700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미국 국채를 순매수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미 국채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의 국채 보유 규모는 6천826억달러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사이 중국이 1천167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순매도했으며, 인도와 브라질도 보유 비중 축소 흐름을 보였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미 국채 보유액을 각각 1~2%포인트 이상 줄이며 전략적 탈달러 흐름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설문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모닝스타가 전 세계 연기금·재단·패밀리오피스 등 약 500명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미국 국채 및 자산 비중을 줄였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반면 비중 확대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유럽과 캐나다 기관의 축소 응답 비율이 특히 높았다.
세계 투자자들이 미 국채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재정 지출 확대 등에 따른 적자 재정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닝스타 조사에서 기관투자자 76%가 미국 관세 정책과 무역마찰이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국 연방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7% 수준으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덴마크 연기금의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국채는 수십 년간 유동성과 위험 관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면서도 "미국 정부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다른 대체 자산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유럽 최대 민간 연금인 스웨덴 알렉타는 25년 만에 미국 국채 대부분을 매도하기도 했다.
국채 시장에서 나타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닌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읽힌다.
모토리 다이스케 모닝스타 일본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채 비중 축소는 이미 눈에 보이는 현실"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성 확대로 기관투자가들이 위험 관리 차원의 비중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거물인 그린라이트 캐피탈의 데이비드 아인혼 창립자도 미국의 불안정한 무역정책과 지속불가능한 정부 부채를 이유로 꼽으며 미국 부채보다 금에 대한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에 투자하는 것은 현재의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기술주에 대한 절대 신뢰도 흔들
달러화와 미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절대적 신뢰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최근 변동성 확대와 일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다변화 움직임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러 지수는 지난해 9% 넘게 하락했으며 올해도 1%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 가격은 15%가량 상승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투자관리공사(IMCO)는 연례 세계전망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에 대한 약세 전망을 하며 투자자들이 다른 통화와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같은 실물자산 투자를 고려하라고 권했다.
IMCO는 "세계적 불균형 해소를 앞당기려는 미국의 노력과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하고 비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맞물리면서 향후 수년간 인플레이션과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달러에는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독립성을 뒤흔들려고 시도하는 점 역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는 신화"라며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질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그간 절대 신뢰를 보였던 기술주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매그니피센트7(마이크로소프트·애플·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다.
지난해 20% 넘게 올랐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달에만 4% 가까이 조정받았다.
과거 몇 년간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기업의 혁신력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무조건 '매수' 전략을 취했지만, 최근에는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과 기술기업들의 사업모델이 AI로 약화할 것이란 우려 등이 제기되며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씨티그룹의 존 자우데러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업계는 불이 난 상태이며, 그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 기술 플랫폼들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게임회사와 전자설계자동화(EDA)기업, IT서비스 기업 등 모든 종목을 매도했다"고 부연했다.
미국 자산은 완전 안전하다는 명제가 깨지면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분산과 투자처 분산에 나서고 있다.
아문디자산운용의 발레리 보드슨 최고경영자(CEO)는 "달러 표시 자산의 비중을 축소하고, 유럽과 신흥 시장으로 (투자처를)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도 "최근 주식시장에서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기술주에서 다른 산업 섹터로의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김지연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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