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연기금 수요 견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둘러싼 회의론이 확산하며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재정 적자 확대와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논란까지 겹치며 미국채가 가진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채를 완전히 대체할만한 안전자산은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중국서 제기된 '셀 아메리카'…금으로 이동 포착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채 30년물 입찰에서 투자자 수요를 보여주는 입찰 배수는 2.27을 기록했다.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준과 연기금, 기관투자자 등의 수요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셀 아메리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와 주요국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안전자산의 지위가 과거보다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채 매도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건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채 보유량이 6천826억 달러로 감소하며,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이후 보유량이 1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윤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채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 인도의 수요 변화 등은 금리 변동성과 재정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과거에는 국채·달러·금이 모두 안전자산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금만 상대적으로 강해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채 보유를 줄이는 동시에 금 보유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15개월 연속 증가하며 올해 1월 말 기준 7천419만 온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4만 온스 늘어난 수치다.
◇국내 전문가 "미국채 대체 자산 없다"…일본·영국 보유량 최고치
'미국채의 시대가 끝났다'는 해석에는 선을 긋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부 수급 불안을 미국채의 구조적 붕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채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9조3천55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
일본은 1조2천26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며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 자리를 유지했다.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지난 2022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영국도 미국 채권 보유량이 8천885억 달러로 전달 대비 1.2% 늘었다. 영국은 주요 국채 수탁 허브이자, 헤지펀드 투자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지역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국채가 완전한 안전자산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핵심은 재정에 대한 신뢰였다"며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앙은행이나 연기금이 미국채를 포기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지난해 관세 확대와 셀 아메리카 논란이 있었지만, 외국인 보유 미국채 잔액은 오히려 빠르게 증가했다"며 "영국 등 우방국은 미국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해외 보유 비중이 일부 줄었을 수는 있지만, 절대 규모는 늘고 있다"며 "발행 물량이 많아 매수 속도가 상대적으로 밀리는 국면일 뿐 이를 '셀'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출처: 미국 재무부
◇금·스위스 프랑, 글로벌 대규모 수요 흡수 어려워…"일부 수급 옮겨갈 뿐"
일각에서는 미국채의 대안 자산으로 금과 스위스 프랑이 언급된다. 금을 비롯해 스위스 프랑도 낮은 정치 리스크와 건전한 재정, 통화 안정성으로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지난 2022년 이후 연평균 1천73톤가량의 금 매수했다. 과거(2017~2021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고의 금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이 더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과 스위스 프랑의 한계는 규모다. 글로벌 중앙은행과 연기금, 국부펀드 등 글로벌 대규모 자금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시장 크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희소성이 주요 특징인 금은 공급 증가율이 연간 2% 이내에 머물러 있다. 금 시가총액은 31조 달러로 미국 국채 유통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위스 국채 시장 규모는 미국의 약 0.6% 수준에 불과하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미국채를 팔면 무엇을 살 것인가의 문제"라며 "중국의 외화보유액 규모를 감안하면 금이나 스위스 프랑이 이를 모두 흡수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이 대안이 되려면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며 "통화는 결국 '그릇'의 문제인데, 글로벌 자금을 받아낼 규모가 되는 시장은 미국채 외에 사실상 없다"고 진단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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