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겐 매력적 투자처 부상, 안정적 수익 보장 '경계'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1980년 미국이 도입한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는 40여 년이 지나 한국 자본시장이 참고하는 모델이 됐다.
그렇다면 BDC는 실제로 모험자본 시장을 키웠고, 기업의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됐으며, 개인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줬을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BDC는 상장형 투자회사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시장을 통해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산의 대부분을 비상장 기업 대출이나 지분에 투자해야 하고,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해야 한다.
현재 미국 BDC 시장 규모는 수천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최근 10여년간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 확대와 함께 급격히 몸집을 키웠다.
BDC는 전통적인 벤처캐피탈(VC)과는 결이 다르다. VC가 초기 스타트업의 지분 투자에 집중한다면, BDC는 이미 일정 수준의 매출과 현금흐름을 확보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메자닌 투자가 중심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 BDC는 은행 대출과 VC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중간 자금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되자, BDC가 이를 상당 부분 대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모험자본의 대중화보다 기업금융의 다변화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다.
미국 중견기업들은 IPO 이전 단계에서 BDC를 통해 성장자금과 인수·합병 자금을 조달해왔다. 경기 침체기에도 일정 수준의 자금 공급이 유지되면서 기업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BDC는 신용 대출 중심이었고, 혁신 초기기업의 대규모 지분 투자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며 "BDC가 실리콘밸리식 벤처 붐을 직접 견인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에겐 저금리 환경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BDC는 법적으로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해야 하는 만큼, 연 8~10%대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금리 상승기나 경기 둔화기에는 자산 부실화와 주가 하락이 동반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BDC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 거래가 지속되며 투자자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고배당은 가능했지만,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국의 경험은 한국에서의 BDC 도입과 운용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평가다. BDC가 벤처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키우는 해법이라기보다 은행과 VC 사이의 중간 금융을 강화하는 장치로는 유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BDC는 어떤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미국은 BDC를 통해 기업금융의 한 축을 확장했지만, 혁신 붐이나 안정적 고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ybyang@yna.co.kr
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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