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경쟁에 자사주 매입 줄여…AI 수혜주들의 주주환원 확대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미국 증시가 견조한 기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예전만큼의 상승 탄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 '자사주 매입 약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오한비 연구원은 19일 '자사주 매입 약화, 미국 증시 회복 탄력성이 떨어진 이유'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가 4개월가량 방향성을 잃고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는 미국 증시가 과거 악재에 직면할 때마다 빠른 회복력을 보였던 핵심 동력으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꼽았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며 수급을 뒷받침해왔으나, 최근 그 고리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자사주 매입 수익률(Buyback Yield)은 1.6%로 지난 3년간 꾸준히 하락해 20년 평균치인 2.5%를 밑돌고 있다.
이들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 급증을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순이익의 60%를 자사주 매입에 쓰며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AI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며 자사주 매입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순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 비율은 2025년 기준 35%까지 낮아진 상태다. 시가총액 대비 순매수 여력으로 환산하면 약 1%포인트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수급 구도 변화는 시장 내 업종별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익은 강력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줄어든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에너지 등 가치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 이익만큼 주가가 오르는 것이 정석이지만, 설비투자가 강조되고 자사주 매입이 후퇴하는 국면에서는 밸류에이션(PER) 하락 압력을 방어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만 AI 설비투자의 수혜를 입고 있는 반도체, 하드웨어, 전력 관련 기업들의 행보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과거 빅테크 주주들에게 돌아갔을 잉여 현금이 이제는 AI 수혜주들의 이익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아직은 이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가 더디지만, 향후 주주환원을 늘린다면 미국 증시의 회복 탄력성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가오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가 궁금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규선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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