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오랜 세월 침체됐던 일본 국채 시장이 국가 부채에 대한 공포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일본 채권은 전쟁터에 빗댈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고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025년 초순만 해도 1.1%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1월 2.36%까지 치솟으며 1년 사이 120bp 넘게 급등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본 국채만큼 조용한 곳은 많지 않았다. 일본은행(BOJ)이 차입 비용을 0%로 묶어두는 장기 체제 아래에서 일본 국채 수익률은 사실상 고정됐기 때문이다. 금리가 결국 상승하리라 믿고 베팅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내기도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채 시장임에도 지표물이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은 날도 적지 않았다.
다만,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공약한 감세안은 일본 정부가 9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촉발했다. 30년 국채 금리는 지난 1월 20일 단 하루 만에 26bp 폭등하며 시장 심리를 보여줬다.
변동성이 확대되자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일본 국채 금리 폭등이 미국 국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일본 측 카운터파트와 연락을 취해왔고, 그들은 시장에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발언들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본 장기 금리는 지난주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다시 한번 뛰었다. 투자자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 전반에 있어 이런 금리 급등은 잠재적으로 암울한 위험 신호이지만, 시장 측면에서는 활기가 크게 되살아난 측면도 있다.
40년 전 일본 국채를 거래했고 이후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한 쿠보타 히로유키 씨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시장이 다시 전쟁터가 되고 있다"며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쿠보타 씨는 일련의 개혁을 통해 일본 국채 시장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의미 있게 개방된 직후인 지난 1986년에 채권 거래를 시작했다. 당시 일본 거품 경제 금융의 제왕이었던 노무라 증권은 교토에서 며칠 동안 술을 곁들인 연례 '벚꽃 세미나'를 개최하며 해외 중앙은행 관계자들에게 국채를 홍보하기도 했다. 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현재 도쿄 증권거래소 운영사인 일본 거래소그룹의 야마지 히로미 최고경영자(CEO)는 1980년대 '교토 모임'을 회상하며 "그것은 잔치였다"고 돌아봤다.
노무라 증권에서 36년간 재직한 그는 "당시 일본 국채는 매우 수익성이 높았고, 모두가 활발하게 거래됐다"고 회상했다.
쿠보타 씨는 "현재 금리 급등이 국가 예산에 미칠 영향 때문에 우려된다"라면서도 "최근의 변동성은 (국가 재정의) 완전한 붕괴의 조짐이 아니라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은 올해가 작년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며 "금리가 움직이는 시대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마침내 실감 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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