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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극의 파인앤썰] 일순위 개혁과제 부동산

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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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명 대통령이 설날 연휴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법과 제도를 벗어나지 않는 다주택 보유 자체를 사회악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며 "법과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할 권한을 가진 정치가 바람직하지 않은 다주택 보유를 이익이 되도록 특혜를 주어 투기를 조장했다면 이야말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16일에도 "집은 투자수단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 수단"이라며 "(다주택 보유에 대해)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한 만큼 국가적으로 세제·금융·규제 등 부당한 특혜는 회수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게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한다"고 했다.

결국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팔라고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입법과 행정과정을 통해서 다주택을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을 더 많이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한 데 그치지 않고 투기성·비거주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등의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처럼 조만간 다주택을 보유하는 게 이익이 아닌 손해가 되도록 규제와 세금, 금융제도가 고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팔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한다고 한들 다주택자가 주택을 판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자신들의 셈법에 따라 선택할 문제다. 과거처럼 앞으로도 다주택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정책 변화에도 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버틸 것이고, 앞으로 커질 부담을 감안해 주택을 매각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매물을 내놓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 이후 견고했던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KB부동산 주간 통계에 따르면 2월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5.3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넷째 주 99.3까지 반등했던 지수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매수자가, 작을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뜻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에서도 2월 중순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000여건으로 1개월 전보다 13% 정도 증가했다. 결국 정부가 팔고 싶어도 못 팔던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세부담이 커지기 전에 주택을 팔려는 심리가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매매시장과 달리 임대차시장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다주택자의 아파트 매도가 임대가격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란이 나오고 있으나, 과거 부동산 규제가 역설적으로 매매가격과 임대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던 기현상이 재현되지 않도록 정책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만큼 민감한 문제도 없다.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고, 다주택자나 무주택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정권에 따라 부동산 안정을 명목으로 집값을 찍어누를수록 집값이 상승하고, 부동산을 부양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수록 시장이 침체하는 기이한 현상도 되풀이됐다. 단순히 정책당국의 의지만으로 부동산 문제를 쉽사리 해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과도한 집값 문제는 대한민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평생 일해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회로 변질했다. 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도, 공동체 사회가 온전하게 존속되기도 어렵다. 이보다 시급한 개혁과제가 있을까.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려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이번만큼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국장)

eco@yna.co.kr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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