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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람이 미래다] '예비 증권맨' 명확한 진로 세우는 취준생

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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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신입 때 인수합병(M&A) 부서에 가면 어떤 업무를 할 수 있을까요?", "파생 부문에서 주니어가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요?"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2000년대생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 공식이 달라졌다. 과거 상경계열 전공자들이 범용적인 재무 지식을 바탕으로 이른바 증권맨이나 뱅커를 맹목적으로 지망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예비 금융인들은 대학 저학년 때부터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투자은행(IB), 파생상품(FICC), 사모펀드(PE), 프라이빗뱅커(PB) 등으로 뾰족하게 설정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의 인재 채용 패러다임은 대규모 공개채용에서 부서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됐다. 채용 즉시 실무에 투입돼 성과를 내길 원하는 회사의 입맛에 맞춰 대학생들 역시 혹독한 맞춤형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최고인사책임자(CHO)는 "과거처럼 회사가 중심이 되어 대규모로 인원을 뽑고 부서를 나누어 육성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현업 직무를 중심으로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찾는 방식으로 채용 시장이 완전히 재편됐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는 곳은 대학가의 금융 학회다. 과거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모의투자를 하던 친목 도모 성격의 동아리는 자취를 감췄다. 선도적인 금융 학회들은 실제 투자은행의 체제를 본떠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소속 채권·파생금융학회인 픽서스(FIXERS)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주식 투자를 넘어 금리와 채권, 환율과 원자재, 옵션과 스왑 등 파생상품, 나아가 인프라 및 선박 금융 등 대체투자까지 파고든다.

학회에서 쌓은 실무 경험은 좁은 취업문을 뚫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한 대학생은 "취업에 있어 자격증보다 인턴 경험을 훨씬 중요하게 보는데, 인턴 면접에서 어필하려면 학회에서 현업과 유사한 실무 프로젝트를 해봤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학회에는 현업 선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해주기 때문에 진로 준비 방향을 잡기도 수월하다"고 전했다.

기업들 역시 이렇게 다듬어진 원석들을 발굴하고 안착시키기 위해 인사 제도를 혁신하고 있다.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어 금융 지식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동시에 갖춘 융합형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화려한 학벌(스펙)보다 실전 운용 감각과 자기 주도성을 검증하기 위해 자체적인 실전 투자 대회를 열고 이를 통과한 인력을 채용 연계형 인턴으로 곧바로 발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가에서 세분화된 직무 타기팅을 끝낸 구직자들은 실제 채용 현장의 풍경도 바꿔놓는다.

입사 자체를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입사 후 본인의 구체적인 역할과 커리어 패스를 묻는다. 매년 열리는 한국투자증권의 대학가 채용설명회에서는 학생들의 달라진 눈높이가 드러난다.

과거처럼 회사 차원의 복지나 워라밸을 묻는 대신 "바이오 전공을 살린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등 자신의 전공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날카로운 질문이 나온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말처럼 "뽑아만 준다면 뼈를 묻겠다"는 식의 맹목적인 지원자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제너럴리스트를 키워주던 시대가 저물면서 캠퍼스에서부터 스스로를 실전형 스페셜리스트로 무장하려는 예비 금융인들의 생존 전략은 여의도의 채용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대학생 채용설명회

[한국투자증권 제공]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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