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15%의 새로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단 '새로운 체제'가 미칠 상황에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호관세가 무력화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관세를 둘러싼 재협상론을 선제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실익보다는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상호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과 합의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23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당정청은 비공개 통상현안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내달 9일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대미투자의 기반이 될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최선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 셈이다.
미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나온 지난 21일 청와대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점검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관세 공백이 곧바로 우리 수출 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하며, 미국 행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기로 뜻을 모았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을 문제 삼은 무역법 301조나 안보를 내세운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품목별 관세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무효가 된 관세 조치를 대체하고자 무역법 301조를 통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무역대표부(USTR) 조사를 통해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을 해온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왔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농산물을 비롯해 지도 정보, 온라인 플랫폼 법 등 다방면의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해 온 바 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세계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올리며, 단기적으로는 무역법 122조 등 다른 권한을 활용할 수 있음을 발표했다.
그렇기에 청와대의 이 같은 '신중 기류'는 미 대법원 판결이 상호관세 자체를 무력화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한미 간 무역·투자 패키지가 관세만으로 구성된 '단일 거래'가 아니라 공급망·첨단산업 협력, 안보·외교 현안과도 얽혀 있는 만큼, 위법 판결을 이유로 합의를 재원점화하면 오히려 미국 측의 추가 요구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미투자특별법은 3천500억달러 투자 이행의 국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성격이어서, 최근까지도 국회 논의 지연이 '관세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국회는 이달 초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로 했고, 정부는 법 통과 이전에라도 투자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점검·선별하는 절차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미투자 합의마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국가들이 대미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액션을 하기는 어렵다"며 "관세 위협이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향후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2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이 대통령과의 차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29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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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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