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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자본 쟁탈 시대-③] 중앙은행, 확실한 돈줄이 사라진다

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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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 체제가 전환되며 부채성 자본 쟁탈전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 부채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자금줄 역할을 해왔으나, 이제 최종 구매자라는 의미의 중앙은행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전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1조 달러 미만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응 목적의 양적완화(QE)를 거치며 지난 2022년 약 9조 달러까지 확대됐다.

금융위기 당시 세 차례의 QE와 코로나19 시기의 팬데믹 QE를 통해 중앙은행은 시중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며 장기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렸고,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의 자금조달 비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2022년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동시에 보유자산 만기 상환분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양적긴축(QT)을 진행해 지난해 말까지 보유 자산을 6조6천억 달러 수준까지 축소했다.

이에 따라 신규로 발행되는 국채는 점차 민간 기관들이 더 많이 흡수해야 하고, 장기 금리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물가, 민간의 채권 수요 등에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 2022년 이후 확대된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자산 순매입을 중단하고 지난 2023~2024년에는 만기 도래하는 자산을 전액 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계획을 가동했다.

일본은행(BOJ)은 한때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흡수하던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버팀목이었다. 2013년 양적질적완화(QQE)에 이어 2016년 수익률곡선제어(YCC)를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0% 부근으로 명시적으로 고정했다.

그러나 2024년부터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종료하고 QQE와 YCC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 시작했다. 2025년에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금리 변동을 점차 허용하겠다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정책금리를 인상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간다는 기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점차 보유 자산을 줄이면서 '정부 부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던 구조는 '정부 부채를 민간 자본이 소화해야 하는' 구조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거대한 매수 세력이 점차 사라지며 부채성 자본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진 셈이다.

일본 게이오 대학의 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BOJ의 QQE 및 YCC의 종료는 중앙은행이 정부 부채의 상시적인 흡수자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였다"며 "그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들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가운데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 나갈 가능성은 크다.

연준은 작년 말 자금시장에서 불안감이 조성되자 지난해 12월 1일 대차대초표 축소를 종료한 바 있다. 연준의 QE를 비판해 온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준이 시장 불안을 감수하고 다시 QT를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다만,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급격히 비대해진 중앙은행의 역할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ywkwon@yna.co.kr

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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