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부채 자본 쟁탈 시대-①] 정부의 적자는 필연적이다

26.02.23.
읽는시간 0

[※편집자주 = 저성장·고령화·탈세계화 환경 속에서 기술 패권 경쟁은 치열해지고 국가 안보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기업 모두가 자본 집약적인 체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 모두가 부채성 자본, 즉 채권시장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내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정부 및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 기업의 자금 조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부채 자본 쟁탈 시대를 조망하는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바야흐로 부채성 자본을 쟁탈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정부와 민간을 불문하고 구조적으로 자본 수요는 커지고 있으나, 근원적으로 자본 공급 압력은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주요 정부들은 재정 확대를 더는 경기 주기 대응 차원이 아닌, 상시 체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팬데믹을 지나며 상시 재정 국가 체제는 굳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 경제는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 저물가 기조를 이어가고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망이 분산되는 동시에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와 특정국 우방 중심의 공급망 재편(프렌드쇼어링)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과 같은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또한, 불안해진 세계 속에서 방위비를 확대하는 기조도 뚜렷하다.

각국은 탄소중립 투자를 강화하고 전력망을 확충하며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와 성장 부진에 따른 각종 복지 지출 확대도 선진국 사이에 공통으로 목격된다.

미국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수 조 달러 규모의 연방 재정지출 및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을 동원해 반도체와 배터리, 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등에 장기간 투자하는 '거대 종합 산업 정책' 패키지다.

민간이 수익성 때문에 투자하지 않던 영역에 연방 정부가 직접 재원을 투입해 '공공투자-민간유도' 구조를 만들겠다는 점에서 뉴딜 이후 최대 규모의 인프라 산업정책으로도 불린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와 기술 봉쇄 등에 대응해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을 더욱더 강화하고 있고, 유럽도 미·중 경쟁에 대응하며 정부의 직접 개입과 보조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 유럽연합(EU)은 국가 보조 규제를 완화해 전략 산업을 자국 및 역내에 붙잡아 두려는 '보조금 기반 산업 정책'으로 선회했다.

일본은 방위 예산 확대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가 되는 시점을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로 기존 계획보다 2년을 앞당겼다.

캐나다 의회는 지난해 11월 향후 5년간 1천400억 캐나다달러(미화 약 1천억 달러) 규모의 신규 지출 계획을 승인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이를 미국의 관세에 맞서 캐나다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세대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됐지만 재원을 마련할 공간은 점차 한정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거의 모두 인구 고령화를 겪는데, 이는 연금 지출과 의료비를 증가시킨다. 동시에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잠재 성장률은 둔화하면서 세수 기반은 약화했다.

구조적으로 지출이 늘어나는데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 회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는 미래 산업에 부채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더욱더 내몰리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공공 부채는 오는 2029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 지난 194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부채의 비율 급증과 재정 적자 확대 우려는 세계 선진국 국채 가격의 급락(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의 닐 셰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일본 등의 장기 국채 금리 급등과 관련, "이것은 경고 신호"라며 "선진국 경제 전반에 누적된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또 다른 징후"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정부는 결국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트펠트는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상실 또는 인공지능(AI)의 경제적 이점에 대한 재검토는 일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이자 부담은 어떤 시대와 비교해 보더라도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권용욱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