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실적 발표 때 AI 거품론 부상하며 국내 반도체주 급락
엔비디아 실적이 관건…HBM 고성장 시나리오 확인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 발표를 사흘 앞두고 오픈AI와 엔비디아의 투자 규모가 축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공지능(AI) 투자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됐다.
특히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내놓았음에도 AI 거품론이 확산하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일이 재연될지 우려됐다.
23일 외신들에 따르면 오픈AI는 2030년까지 1조4천억달러로 제시했던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6천억달러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는 2030년 예상 매출 목표 2천800억달러와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한 지출 계획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 역시 1천억달러 장기 출자 구상에서 300억달러 규모의 단순 지분 투자로 축소됐다. 공격적 확장을 전제로 형성됐던 기대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10차례에 걸쳐 오픈AI에 100억달러씩을 투자하고, 오픈AI는 해당 자금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을 대량 구매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번 조정으로 이 같은 순환 투자 모델은 사실상 수정됐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장기 성장성에 신중해졌든, 오픈AI가 수익에 기반한 보다 현실적인 투자 목표를 재설정했든, 양사의 행보는 기존의 '장밋빛'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로 해석됐다.
무엇보다 이 같은 변화가 직전 분기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불거졌던 AI 거품론을 다시 자극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당시 엔비디아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매출채권 증가와 고객사 자본지출(CAPEX)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며 기술주 전반에 매물이 쏟아졌다. 실적보다 가이던스와 수요의 질이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투자 축소 소식은 국내 메모리 업계로선 민감한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으로 이익을 빠르게 늘려왔고,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양산 개시 소식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를 받아왔다.
양사의 실적은 실제 AI 서버 수요 확대에 기반한다. HBM은 AI 가속기와 직결되는 고부가 메모리로, 올해 AI 서버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합산 300조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상향됐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경우 성장률 가정은 흔들릴 수 있다. 오픈AI의 지출 목표 재설정은 투자 집행 시점과 속도가 보다 정교하게 관리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HBM4 등 차세대 제품의 중기 수요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거품론 재부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실적이 동반된 회복 국면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기대 성장률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투자 속도 조절 신호가 포착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지속성을 명확히 확인해주지 못한다면, 직전 분기와 유사한 변동성 확대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건은 엔비디아의 가이던스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할 블랙웰 주문 현황과 루빈 로드맵에 대한 메시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리고 있는 'HBM 고성장 시나리오'의 신뢰도가 가늠될 전망이다.
직전 분기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해 11월 2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4%, 1%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다음 날 AI 기업들의 순환 투자 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미국 기술주가 급락했고, 이는 국내 증시로 번졌다. 11월 21일 두 종목은 각각 5.77%, 8.76% 급락했다.
물론 이후 양사의 주가는 기록적인 수준의 실적에 힘입어 AI 거품론을 일정 부분 잠재웠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19만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94만원을 웃돌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다만 이번에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 축소라는 변수가 먼저 등장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가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을 재확인할지, 아니면 AI 기대에 기반한 고성장 시나리오에 균열을 낼지 이번 발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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