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금·시장 개방에 국내 운용역 '가치 부각'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금융투자업계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 이상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동 국부펀드와 글로벌 기관들까지 국내 금융기관 출신 운용역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특히 대형 연기금의 대체투자 운용역이 세계 유수의 기관들 러브콜을 받는 등 한국 인력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사모주식(PE) 투자를 담당한 운용역은 뉴욕 현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글로벌 '큰손'으로 꼽히는 중동 국부펀드로 운용역이 이직한 데 이어 해외 기관으로 국내 인력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3년 KIC의 사모주식투자실 부장이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무바달라로 이직했다. 이어 2025년 국민연금 사모투자 담당 운용역이 무바달라로 추가 이동하면서 국내 인력 영입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한국 인력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국내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수십 년간 누적된 운용 경험과 자산 규모의 성장세가 자리한다.
과거와 달리 해당 기관의 전체 이직률이 업계 평균을 웃돌지 않는 만큼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닌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내 유일한 국부펀드 KIC는 올해도 설립 21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5년 설립돼 10억 달러로 시작해 올해 운용자산(AUM)은 2천3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자산을 위탁받아 글로벌 투자기관과 어깨를 견 줄 만큼 성장하면서 내부 운용역의 경력과 숙련도는 자연스럽게 축적됐다.
대체투자를 포함한 대규모 자산운용 경험과 트랙레코드는 국내 인력의 글로벌 진출에 발판이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도 1988년 설치돼, 2001년 해외투자를 개시했다. 올해까지 해외투자 경력만 25년이 넘는다.
연금과 KIC는 글로벌 기관들 사이에 운용자산 기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면서 세계 굴지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위상이 예전보다 높아진 점도 한국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내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는 운용역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투자 기회는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다. 증시만 해도 정책 기대감에 최근 성과가 두드러졌다. 작년 대표지수 코스피는 75% 넘게 급등하면서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특히 대체투자에서도 시장 기대감은 크다. 정부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자금의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정책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사모 시장 전반으로 자금이 유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제도 및 정책 환경에 익숙한 운용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연기금 업계의 관계자는 "대한민국 경제와 자본시장을 향한 해외 기관의 관심이 분명히 높아졌다"며 "국내 시장으로 자본이 모이면서, 실무상 제도나 시장 여건을 이해하고 수익률을 내본 인력에 대한 (해외)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역들의 높아진 수준에다 한국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글로벌 국부펀드들의 시선이 달라진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먼저 글로벌 국부펀드로 이동한 한국 운용역들이 실력을 증명하면서 또 다른 인재를 영업하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든 만큼,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ybnoh@yna.co.kr
노요빈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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