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험업계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매물은 쌓여가는데 원매자(수요자)들은 신중하다 못해 느긋하기까지 하다.
지난해 '냉골'이었던 보험사 M&A 온도는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공개매각을 시작으로 다시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KDB생명은 일곱 번째 매각을 추진하며 '선(先) 정상화' 카드를 꺼내 들었고, 롯데손해보험과 예별손보 역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살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예별손보의 경우 지난 1월 말 실시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가 참여했다. 원매자가 없을 수 있다는 예상을 깨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지주 쪽에 예별손보 예비입찰 참여를 독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흥국생명ㆍ화재를 보유한 태광그룹에도 태핑을 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로 깜짝 등장했던 하나금융이 예별손보 실사를 거의 진행하지 않아 중도포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말 연간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스터디 차원에서 의향서를 제출했고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투는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을 모두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별손보에 앞서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롯데손보 실사를 진행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실패하면서 넉넉한 '실탄'을 보유한 흥국생명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선 교보생명도 원매자로 거론된다.
현재 원매자들은 급할 게 없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과 규제 변수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 확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단순히 인수 대금만 내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기본자본 중심의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 규제 도입을 앞두고 중소형 보험사들은 끊임없는 자본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예별손보의 경우 원매자에게 8천억원 수준의 예금보험공사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KDB생명은 1조원 안팎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롯데손보는 매각 불확실성이 더 확대됐다. 경영개선권고에서 경영개선요구 단계로 넘어가면 경영 자율성이 제약되고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불가피해진다. 자산 감축 및 실적 저하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 제값을 받고 팔기 어려워질 수 있다.
원매자 입장에서도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매각가를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보험업황에서 전략적 대안의 부재도 부담감이다.
과거에는 외형 확장을 위해 보험사 라이선스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제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형 보험사들은 굳이 부실한 보험사를 인수해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 확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힐 수 있다.
시간은 원매자의 편이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대주주의 매각 의지가 절박해질수록, 원매자들은 느긋하게 '바겐세일'의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금융부 이윤구 차장)
[롯데손해보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glee2@yna.co.kr
이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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