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이론 물리학의 난제를 풀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거시경제 전반의 '생산성 혁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 호를 통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나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자 등은 AI가 주도하는 생산성 붐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거시경제 데이터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언뜻 보면 최근 미국의 거시 지표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증명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 경제는 2.2%의 견조한 성장을 보인 반면, 고용 증가율은 연 0.1%(월평균 약 1만5천 명)에 그쳐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산출물(Output)을 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이를 "빈약한 증거"라고 일축했다.
추정치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실제 생산성 증가율은 약 1.9%로 장기 평균(2%)을 밑돌며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인터넷 붐 당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고용 증가세에 비해 경제가 성장한 이유 역시 AI의 실질적 기여라기보다 '막대한 자본 투자'와 '노동 시장의 변화'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2025년 상반기 미국 실질 GDP 성장의 약 90%가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역시 이러한 투자 효과를 걷어내면 근원 생산성 증가율은 '제로(0)'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민 규제 강화로 농업이나 건설업 등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제 전체의 평균 생산성이 기계적으로 높아진 효과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학자들이 AI의 생산성 기여도를 측정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기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는지(도입률) ▲얼마나 집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활용 강도) ▲개별 업무에 적용될 때 산출물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업무 효율성 개선도) 등이다.
개별 업무 단위에서 AI의 효율성은 입증되지만, 문제는 활용 강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의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 시 업무 시간은 최대 40% 단축되고 생산성은 12~25%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41%로 늘었지만, 이를 매일 사용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전체 근로 시간 중 AI를 활용하는 시간 비중도 5.7%에 그쳤다.
이를 종합할 때 AI가 지난 1년간 전체 거시 생산성 증가율에 기여한 폭은 0.25~0.5%포인트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진정한 생산성 혁명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도입할 때가 아니라, 기업이 그 도구를 중심으로 '생산 방식과 조직을 전면적으로 재편(Organisational rewiring)'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영국 중앙은행(BOE) 조사에 따르면 경영진이 AI를 사용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 1.5시간"이라며 "AI 자체에는 거대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조직적 재편이 시작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거시 경제 데이터에서 당분간 AI의 효과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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