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리스크가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크레딧)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에선 그동안 넘쳐나는 자체 현금으로 AI 투자를 감당해 온 빅테크들이 최근 들어선 회사채를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주주들이 져야 할 '투기적 리스크'를 원금 보장이 최우선인 채권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CNBC에 따르면,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대규모 클라우드 업체)의 올해 AI 자본지출(CAPEX)이 기존 예상치보다 23% 급증한 7천700억 달러(약 1천11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차입 규모도 400억~500억 달러 급증해 올해 공모 채권 발행액만 2천300억~2천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시장 참여자들은 빅테크의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 변화가 시장의 오랜 '암묵적 계약(Unspoken contract)'을 깼다고 지적했다.
알 캐터몰 미라보 자산운용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수년간 시장에는 AI 투자가 기업이 창출한 현금으로 충당되는 주식 관점의 리스크일 뿐, 신용도 측면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룰이 있었다"며 "하지만 AI 자본지출을 빚(채권)으로 충당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투자자들은 최고 등급(AA 또는 A)을 자랑하던 이들 기업의 신용도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변곡점에 섰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오라클(NYS:ORCL)은 지난해 9월 18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알파벳(NAS:GOOGL) 역시 최근 이례적인 100년 만기 파운드화 표시 채권을 포함해 200억 달러어치의 빚을 냈다.
캐터몰 매니저는 내년도 자본지출을 전체 매출의 약 50% 수준으로 잡은 알파벳을 향해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전례 없는 수준의 대차대조표 훼손"이라고 꼬집었다.
◇ 만기는 5년인데 AI 장비 수명은 3년?…'기술 구식화'의 덫
크레딧 시장에선 AI 장비 수명과 채권 만기의 미스매치(불일치)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막대한 빚을 내어 지은 데이터센터가 AI 칩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순식간에 구시대 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른바 '기술의 구식화(Tech obsolescence)' 리스크에 대한 우려다.
미라보 자산운용의 캐터몰 매니저는 "현재 엔비디아(NAS:NVDA) 칩으로 도배된 데이터센터가 불과 3년 뒤 중국 등 경쟁사들의 혁신적인 신형 칩에 밀려 구시대 유물로 전락한다면, 5~8년 만기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원금 회수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며 AI 인프라 부채의 본질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 쏟아지는 빅테크 물량 폭탄…블랙록 "美 우량채 버리고 하이일드·유럽으로"
빅테크의 공격적인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의 수급 구조를 흔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주간 시장 논평을 통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잔치(Bonanza)가 막대한 미국의 재정 적자를 소화하느라 헐떡이는 채권시장에 과도한 공급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이어 "이러한 빅테크들의 자금 조달은 주로 미국 투자등급(IG)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 우량채 대신 하이일드 채권과 유럽 채권을 선호한다"며 포트폴리오 전략 수정을 권고했다.
시스템 내부에 '숨겨진 리스크(Hidden risks)'가 쌓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샨 라이타타 뱅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들이 특수목적법인(SPV)이나 자산 임대, 부외거래(Off-balance sheet)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다"며 주식과 채권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할인을 경고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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