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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청구서①] 법원 "돌려막기 맞다"…증권사 임원 행정소송 '전면 기각'

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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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2022년 자금 시장을 뒤흔들었던 증권사들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돌려막기 사태가 법정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임원 징계 취소 행정소송 결과부터 엇갈린 민사소송의 핵심 쟁점, 그리고 사태 이후 뒤바뀐 단기 자금 시장 지형도까지 랩·신탁 사태가 쏘아 올린 '청구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줄소송으로 비화한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사태의 책임을 묻는 사법부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금융당국이 규정한 '돌려막기' 위법성을 그대로 인정하며 징계 취소를 구한 전직 증권사 임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제재를 받은 나머지 증권사 임직원들의 후속 행정소송은 물론, 향후 이어질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유진투자증권에서 고객자산운용실장(상무)을 지낸 A씨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퇴직자 위법·부당사항 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유진투자증권의 미등기임원으로서 고객자산운용실장으로 재직하며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운용을 총괄했다. 금감원은 사태 이후 수시검사를 거쳐 A씨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3월 상당'의 퇴직자 위법·부당사항 통보 처분을 내렸고,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비정상적인 금리로 체결된 거래 내역에 주목했다. 유진투자증권의 투자일임재산(랩) 관련 거래가 민평금리 3.98%, KOFR(무위험지표금리) 2.79%보다 현저히 낮은 1.96% 금리로 이뤄졌고 신탁재산 관련 거래 역시 민평금리 3.67%, KOFR 2.68%보다 낮은 1.99%의 금리로 체결된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KOFR 금리는 투자자가 신용리스크 없이 얻을 수 있는 이론상의 최소수익률로서 무위험 지표 금리에 해당하므로 전체 거래가 일관되게 KOFR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일부 거래가 민평금리 이하로 이뤄질 수 있다는 A씨 측 항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시적으로 일부 거래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대량의 매매가 공통적으로 그러한 추세를 보인 것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며 일축했다.

특히 법원은 금감원이 해당 거래들을 '돌려막기'로 규정한 판단을 온전히 수용했다.

재판부는 "민평금리나 KOFR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를 기준으로 한 고가 매매가 중개사를 사이에 두고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이루어졌다"며 "높은 목표수익률에 따른 상환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돌려막기의 실질을 가진다고 본 피고(금감원)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거래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순차적으로 투자 손익을 다른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여 결국 최종적으로 부실 상환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 행위"라고 못 박았다. 실제 손실 여부를 떠나 돌려막기 행위 자체가 내포한 위험성을 위법의 핵심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른 증권사 직원들 일부가 조사 과정에서 해당 거래가 내부적으로 돌려막기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정황 근거로 언급됐다.

포괄적 사전 동의를 근거로 내세운 A씨의 방어 논리도 무너졌다. A씨 측은 약정서 특약사항에 "수익률 제고와 원활한 출금, 거래비용 절감을 위해 계좌 간 매매 요청"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어 동일 투자자의 투자일임재산 간 거래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부정했다. 거래의 내용과 범위 등이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포괄적인 사전 동의에 기초해도 동일 투자자의 투자일임재산 간 거래가 허용된다고 본다면 사실상 투자일임업자가 아무런 제한 없이 거래를 하는 결과를 야기해 투자자 보호 취지가 훼손된다는 논지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99조 제2항 제2의5호의 '투자자의 요구'를 엄격하고 좁게 해석한 것으로, 향후 다른 증권사 임직원 소송에서도 주요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랩·신탁 돌려막기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판단이 법원의 사법 심사를 통과한 첫 사례다. 앞서 금융당국이 9개 증권사에 289억여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철퇴를 내린 가운데, 이번 1심 결과는 징계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설 다른 임직원들의 셈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 전망이다.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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