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출범한 '상근 전문위원' 1기 멤버들이 모두 물러난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위험자산과 해외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투자 다변화'를 본격화하며, 기금 출범 이후 누적 운용수익금 1천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최근 6년간 쌓아 올린 주역들로 평가된다.
◇기금위 전문성 끌어올린 1기 상근 전문위원 전원 퇴진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왕건 상근 전문위원이 전일 규정상 최대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했다. 원종현 상근 전문위원도 다음달 초 임기가 종료된다.
두 위원은 2020년 제도 도입과 함께 임명된 1기 상근 전문위원 3인 중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인물들이다. 지난 6년간 국민연금 기금 운용수익률 제고와 수탁자책임 활동 강화에 힘을 보탰다.
1기 상근 전문위원들의 임기 종료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최근 경영계·노동계·지역가입자 단체 등 추천 기관에 차기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현재 최종 후보군을 추리는 중이다.
상근 전문위원은 기금위를 둘러싼 전문성·독립성 논란을 해소하고자 지난 2020년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기금위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구조로, 그간 국회로부터 운용 전문가 부재에 대한 지적을 반복적으로 받아왔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논란은 국민연금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외풍을 차단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계기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2020년 출범한 1기 상근 전문위원들은 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성과평가보상 등 3개 전문위원회에서 기금운용정책 관련 안건을 사전 검토·심의하고, 이를 의결 기관인 기금위 회의에서 직접 설명하며 의사결정 전문성을 높였다.
◇6년간 운용수익으로 600조 벌어…기금위 자산배분 효과 증명
1기 상근 전문위원들은 지난 6년간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남기며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지난 6년간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11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9.70%로 집계됐다. 기금 설치 후 운용수익률인 6.8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기금 규모 1천500조원 가운데 1천조원이 운용 수익인데, 이 중 최근 6년간 달성한 수익만 600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코로나19 충격을 회복해야 했던 임기 첫해 중장기 자산배분안 의결 때부터 위험자산과 해외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투자 다변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기금은 주로 국내자산 위주로 운용되고 있었다.
위험자산(주식·대체) 비중을 5년간 65% 수준까지 확대하고, 해외투자를 2025년 55%(주식 35%, 채권 10%, 대체 1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이는 지난 6년간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자산배분체계인 '기준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며 수익률을 한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에 나섰다.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 대체자산으로 구분된 자산군 간 경계를 완화해 운용의 유연성을 높인 체계다.
상근 전문위원 제도 도입 이후 기금위 의사결정이 운용 성과에 기여하는 수준도 확대됐다.
기금위의 전략적 벤치마크 및 자산배분 의사결정에 따른 성과를 의미하는 전략적자산배분(SAA) 효과는 2020~2024년 평균 7.96%포인트(P)로, 10년 평균인 6.55%P를 웃돌았다. 특히 2024년에는 운용 수익률 15.32% 가운데 SAA 효과가 15.54%P였다.
1기에서 2기로 넘어가는 올해. 장기 평균 흐름과 달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주식이 해외주식 수익률을 크게 앞서는 등 자본시장 여건이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위는 올해 자산배분 이행계획을 이례적으로 수정하며,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주식 목표 비중을 38.9%에서 37.2% 축소한 게 주요 골자다.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 '환율 급등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지적과 변화한 시장 환경을 반영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1기의 바통을 이어받을 2기 상근 전문위원들은 자산배분체제 개편, 외환정책 뉴프레임워크 도입, 수탁자책임 활동 강화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다. 수익률과 독립성이라는 원칙을 지켜내며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다질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관건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1.26 uwg806@yna.co.kr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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