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환전 수단' 정도로만 여겨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개화는 은행 입장에서 양면의 날이다.
달러는 기축통화이자 결제통화다. 무역 결제에서 주로 유로, 파운드, 엔, 위안 등도 사용되지만, 유가·가스와 같은 에너지뿐 아니라 원자재, 반도체 등 대부분의 실물자산은 달러가 결제 통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달러 지위'에 힘입어 익명성과 스마트 계약 등의 장점이 접목되며 빠르게 확산했다.
전 세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2천997억달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3천억달러(약 433조원)를 넘기는 등 시총 규모가 지속해 커지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체와 결제 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일어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누적 이체액이 13조달러를 넘겼다. 1년 전 4조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이체액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빠른 스테이블코인 확산 속에 국내 은행은 연말·연초 '생산적금융'과 함께 '디지털자산' 부서를 확장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하나은행은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신사업·디지털본부'를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미래혁신그룹을 신설해서 관련한 미래 먹거리 연구에 힘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도 기존 디지털전략그룹을 'AX혁신그룹'으로 바꿨고,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팀을 AX전략부 내 디지털자산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자산 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조직 개편에서 드러냈다.
특히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규 디지털자산 부서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스터디와 함께 기획안 작성이 활발한 상황이다.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해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환전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설 속에 민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고민도 큰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명확한 쓰임새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CBDC로 소비쿠폰, 지역화폐 등 정책 자본을 써버리면 시장 활성화가 되겠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매력적으로 되려면 플랫폼 내 실물자산토큰화(RWA)의 매입 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되거나, 다른 결제 수단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할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용할 때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되는 곳을 일일이 찾는 것이 번거로울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방안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각자의 플랫폼 내에서 각각의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활용됐을 때 비로소 은행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른 은행권 한 임원은 "올해 안에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다양한 방면을 생각 중이지만 스테이블코인 도입 초기 비용이 들 수 있어 구체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부 한상민 기자)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smhan@yna.co.kr
한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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