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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의 단상] 금융주의 반란

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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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증시에서 금융주는 오랫동안 '저평가의 상징'이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성장주가 시장을 이끌 때 은행(금융지주)·보험·증권주는 늘 뒷전이었다. 투자자들은 금융주를 성장성 없는 섹터로 치부했고, 배당만 보고 들어가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와 저금리 기조, 가계부채 리스크가 겹치면서 금융주는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게 당연시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은행·보험·증권주가 돌아가며 급등세를 탔고, 올해 들어선 '금융주의 반란'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은행주는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돌파했고, 보험주는 저금리 시대의 족쇄를 벗어나 헬스케어·데이터 기반 상품으로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증권주 역시 거래대금 회복과 해외 사업 확장 기대감 등에 강세를 보였다. 오랫동안 소외받았던 금융주가 이제는 시장의 주목을 받는 주체로 변신한 것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이 반란을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키워드는 '주주환원'이다. 금융지주와 보험사는 배당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했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은 공급을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단순히 배당과 소각만으로 금융주의 재평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금융주를 다시 보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산업 자체의 변화 가능성에 있다.

은행은 이자 장사를 넘어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보험사는 빅데이터와 헬스케어를 결합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으며, 단순한 위험보장 산업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증권사는 금융업 중 가장 가파른 이익 성장을 보이는 곳이다. 과거 단순 시황 산업의 틀을 벗어나 투자은행(IB)으로 속속 변신하며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플랫폼 확장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풍부한 유동성 환경 속에서 증시 거래량이 급증한 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대표 주자다.

금융주의 반란은 주가 상승을 통한 부의 창출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오랫동안 '이자놀이'와 '저성장', '시황 산업'으로 치부되던 금융산업이 이제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금융이 자산 가격을 높이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기업 투자와 혁신 지원의 촉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가에 담겨 있단 의미다. 우리 사회가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반란이 주가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산업 자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 서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은 투자자에게 단기적 만족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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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모바일 앱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리스크 관리,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초개인화된 금융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 자산운용·투자은행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는 이미 글로벌 IB와 경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은행과 보험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단 지적도 있다. 은행과 보험은 내수 사업의 한계를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금융사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서 지속적이고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으로 장기적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건전한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가계부채와 금리 변동,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정적 자본 관리가 투자자의 불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주의 반란이 주가 재평가의 의미를 넘어서려면 금융업이 진정한 성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산업구조 혁신과 투자자 신뢰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도 풀어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할 때 금융은 더 이상 이자놀이라는 낡은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기업 투자와 혁신을 지원하는 경제 성장의 촉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투자 자산으로, 사회적으로는 한국 경제체질 개선을 이끄는 핵심산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번 주가 반란이 일시적인 불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금융혁신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편집국 금융부장)

chhan@yna.co.kr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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