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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모저모] 현대차 박민우는 피터 슈라이어의 길 걸을까

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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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는 뻔한 철학을 잘 실현한 곳 중 하나는 현대차[005380]그룹이다. 지금의 현대차를 만든 역사적 순간마다 '사람'이 있었다.

기아를 재탄생시킨 피터 슈라이어 전 현대차 사장이 대표적이다. 아우디, 폭스바겐에서 디자인 명장 반열에 오르고 편안한 노후(?)만 남은 그의 발걸음을 아시아로 돌린 이는 2006년 30대의 정의선 회장이었다.

슈라이어 전 사장의 영입은 호세 무뇨스 현 CEO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 '글로벌 스카우트' 계보의 신호탄이었다. 정 회장은 슈라이어 전 사장에게 높은 자유도와 독립성, 절대적인 지원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 K5

[출처: 기아]

그렇게 기아의 디자인 전권을 쥔 슈라이어 전 사장은 기아의 호랑이 코, 타이거 노즈 그릴을 만들었다. 밋밋했던 기아 차에 그려 넣은 호랑이 코는 전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호랑이 코를 단 기아 차는 K 시리즈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K5는 처음으로 '형님' 현대차의 쏘나타 판매량을 넘기기도 했다. 2006년 20조원 전후였던 기아 매출은 10년 뒤 50조원을 넘겼다.

비슷한 장면은 또 있다. 2014년, 정의선 회장은 BMW의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연구개발(R&D)을 맡겼다. 그 역시 유럽 명차 출신의 외부인 영입, 우수한 성적표, 부사장에서 사장 승진으로 이어지는 길을 슈라이어 전 사장과 비슷하게 걸었다.

이제는 익숙한 현대차의 N 시리즈 탄생은 비어만 전 사장이 주도했다. 그의 재임 기간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주행 성능은 각종 레이싱 대회의 상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릴 정도로 훌륭해졌다.

2000년대에는 디자인, 2010년대에는 주행 성능에서 두 외부인이 현대차그룹을 바꿨다.

박민우 현대차 AVP본부장(사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간은 2026년, 또 하나의 인재 영입이 현대차그룹을 뒤흔들고 있다. 테슬라, 엔비디아를 거친 박민우 신임 사장 이야기다.

그간 현대차를 비롯한 전통 완성차 기업에 가장 뼈아픈 질문은 '테슬라를 이길 수 있느냐'였다. 테슬라를 필두로 격화하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냐는 의문이었다.

이때 정 회장의 파격 인사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박 사장의 이력은 자율주행의 '상용화' 경험으로 요약된다.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양산·상용화를 주도했고, 그보다 앞서 테슬라에선 '테슬라 비전'의 개발을 이끌었다. 그는 현대차에서도 "고객이 즉시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의 상용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3사가 아닌 반도체·AI 기업 출신의 '엔지니어 사장'이 전면에 선 장면 자체가 완성차 시장의 경쟁 축이 기계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그가 슈라이어·비어만 같은 '성공한 선배'들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의 혁신을 완성할 수 있을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23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디자인과 주행 성능에 이어, 이제는 기술의 인재가 현대차를 바꿀 차례다. (산업부 윤은별 기자)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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