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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ISDS' 불씨 여전…판결문 보니 정부 발표와 온도 차

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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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재판부 "엘리엇, 메이슨과 동일한 배상받을 권리 충분" 명시

정부 상대 승소해 746억 수령한 메이슨 판결과 유사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정부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판결문에서는 정부 발표와의 온도 차가 감지됐다.

이번 소송에서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법리적으로는 이긴 모양새가 됐다.

다만 판결문 말미에 엘리엇이 앞서 배상금 지급이 확정된 메이슨 사건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결국 손해배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엘리엇 ISDS' 불복소송 승소 브리핑하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11년 전 사건으로 8년째 진행 중…지난한 ISDS

25일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1심 법원은 앞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환송 1심에서 지난 23일 정부 승소 판결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정부가 배상원금과 지연이자 등 약 1천60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2023년 7월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1심)을 제기했지만 2024년 8월 각하됐다. 정부는 여기에도 항소(2심)했고, 2025년 7월 항소법원은 정부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지난 23일 결과가 나온 것이 바로 이 환송 1심이다.

이번 재판에서의 주요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를 국가기관의 조치로 간주해 정부의 배상책임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였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영국 법원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과 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중재판정 중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판단 부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끈기 있는 도전으로 국민의 소중한 노후연금을 지켜냈다"고 자평했다.

[출처: 법무부]

◇ 재판부 "엘리엇, 메이슨과 동일한 배상받을 권리 충분"

다만 75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손해배상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은 것 외에는 정부의 행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는 등 기존 중재판정부의 판단이나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재판부는 대통령과 청와대,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국가기관의 조치임을 재확인하면서 이것만으로도 엘리엇이 입은 손해와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를 중재절차에서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주목할 점은 판결문 말미 결론에 담긴 내용이다. 재판부는 "메이슨 측 청구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을 인정한 '청와대 조치'에 근거해서도 엘리엇이 동일한 구제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it may well be entitled to the same relief on the basis of its case concerning the Blue House Measures, just as the Mason claimants were)"고 명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미국계 헤지펀드로, 2018년 엘리엇과 같은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한 뒤 수년에 걸친 공방 끝에 지난해 최종적으로 배상금 746억원을 수령했다.

다시 말해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엘리엇 손해'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다시 다투게 됐지만,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보지 않고도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메이슨 사건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를 재판부가 밝힌 것이다.

또 정부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명했던 같은 중재판정부가 다시 사건을 살펴보게 된다는 점도 안심하기 어려운 요소다.

엘리엇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중재판정금 지급을 거부함에 따라 납세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뿐"이라며 "중재판정문에는 매일 1만달러 이상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남은 절차에서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폴 싱어 엘리엇 창업자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hskim@yna.co.kr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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