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정부와 의회가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2차전지와 ESS 밸류체인 전반에 반사이익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관세 부과 검토와 별도의 수입 금지 법안 발의가 동시에 진행되며, 북미 ESS 시장의 '탈중국' 흐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美, 中ESS 수입금지 법안 발의·배터리 관세 검토
2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 공화당의 그레그 스튜브(Greg Steube) 하원 의원은 중국산 ESS 수입을 금지하는 '유해한 적대적 재충전 및 발전 에너지 대응법(CHARGE)'을 발의했다. 법안은 중국 기업 또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감시하에 있는 기업이 소유·라이선스한 기술로 제조된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포함한 ESS'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제정 후 60일 이내에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수입 금지 집행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는 해당 조치가 중국 ESS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정밀 타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SS 내 원격 모니터링 기능은 배터리 셀·모듈보다 전력변환장치(PC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주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배터리를 포함한 일부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상무부가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관세율과 적용 기간에 법정 상한이 없다.
이미 중국산 배터리에는 43%대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관세 또는 수입 금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북미 현지 공장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왔다. 미국향 물량 중 국내 생산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ESS 시장 '중국 중심→한국 중심' 재편 기대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 분야로는 ESS가 꼽힌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달리 글로벌 ESS 시장은 여전히 중국 업체 점유율이 높다. 2025년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 점유율은 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북미 ESS 출하량은 2025년 97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179GWh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망 안정성 확보 필요성이 ESS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4년 북미 ESS SI 시장 점유율은 테슬라가 39%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 업체 선그로우가 10%, 포윈이 9%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테슬라 15%, 선그로우 14%, CRRC 8% 순이다.
업계는 미국의 중국산 ESS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북미 시장 내 비중국 SI 업체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조현렬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미국 자회사 '버테크(Vertech)'는 모회사 LFP 배터리의 현지 양산과 맞물려 고성장을 시작했다"라며 "이번 법안의 경우 미국 내 비중국 ESS SI업체 시장 지배력 강화를 야기할 수 있어 국내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 버테크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셀 제조사 외에도 부품·소재 업체로 수혜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은 ESS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는 한중엔시에스[107640] 모듈 케이스와 버스바를 생산하는 신성에스티[416180], ESS 인클로저 및 랙 구조물을 제조하는 서진시스템[178320] 등을 반사 수혜주로 꼽았다.
트럼프의 배터리 관세 부과 조치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엘앤에프[066970], 더블유씨피[393890] 등이 수혜주로 거론된다.
김연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미국 세액공제(AMPC) 수령 조건 충족을 위해 현재 미국 수요의 대부분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공급하고 있으므로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며 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업체들은 미국 현지 공장이 없기 때문에 지금도 높은 수준(43.4%)으로 부과되고 있는 관세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인프라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기술·안보 영역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ESS는 전략 산업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관세와 수입 금지라는 이중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북미 ESS 공급망은 구조적 재편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정책 구체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의 시장 입지 강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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