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인공지능(AI)이 눈부신 성과를 보이는 중심에 대형언어모형(LLM)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모형은 언어모형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언어학자들이 꿈꿔왔던 모형과는 완전히 다르다. 챗지피티(Chat GPT)로 대변되는 LLM을 통한 생성형 언어처리방식은 대규모 확률모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언어학의 근간은 유한한 수단의 무한한 사용(der unendliche Gebrauch endlicher Mittel)이라는 훔볼트의 언어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같은 선상에서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놈 촘스키는 인간의 풍부한 언어 사용에 비해 극히 일부의 언어 자극만으로도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언어가 몇 개의 단순한 규칙으로 구성된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으로 형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에릭 데이비스 SKT AI 기술 협력 담당이 30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취재진 대상 텔코LLM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4.4.30 hyun0@yna.co.kr
촘스키의 현대 언어학 이론은 자연어처리(NLP)의 근간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론은 아직 보편문법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고 지금 회자하고 있는 LLM과도 거리가 멀다. 지금 챗GPT 등이 사용하는 언어모형은 실제로는 다양한 사례들을 수집, 보관함으로써 유한한 수단의 무한한 사용이 아닌, 무한에 가까운 수단을 구축함으로써 무한한 사용을 흉내 내는 방식에 가깝다. 미국 빅테크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LLM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AI 영역을 과점하려 들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 센터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발전시설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대한 전력과 메모리를 사용하며 지어대는 데이터센터 덕분에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살아나고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됐고 전력설비업체들도 주가가 수백만원대로 오르는 등 AI 가치사슬에 편입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런 AI가 촉발한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AI 산업이 게걸스레 먹어 치우는 자원의 막대한 양은, AI산업으로 인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투자자에게도 가끔은 두려울 정도다. 중국에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지 않고도 비슷한 성능을 구사했던 딥시크(Deep Seek)를 선보였을 때 자본시장이 크게 출렁였던 것도, 에이전트 AI가 구현하는 막강한 성능에 놀라면서도 투자자들이 멈칫멈칫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렇다면 현재의 AI 투자는 과잉인가. 언어학자 촘스키가 지난 2023년 3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챗GPT의 거짓약속'에서 지적했던 부분을 상기하는 것으로 AI 과잉투자 여부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려 한다. 촘스키는 참된 지성은 A가 B라는 사실로부터 A가 B였다는 사실, A가 B일 것이라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으며, 또 A가 B가 아닌 것 혹은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과가 떨어진다고 기술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어떤 물체든지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떨어진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 이것이 지성이라고 촘스키는 설명했다. 촘스키는 챗GPT류의 인공지능은 이런 이유로 문법 요소가 생략된 문장을 인간과 달리 잘못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지 대량의 데이터를 가공하는 것만으로는 언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처음으로 돌아가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훔볼트가 이야기했던 유한한 수단의 무한한 사용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수단을 무한히 확장함으로써 무한한 사용에 다가서고 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이것이 인류가 발견한 최적의 지점이다. 이것이 과잉으로 판별되는 순간은 우리가 유한한 수단으로 무한한 사용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다. 그전까지 AI 과잉투자는 그저 증권 시황판을 움직이는 재료의 역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업부장)
spnam@yna.co.kr
남승표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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