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정부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플랫폼 시장에 미칠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계와 업계에서 제기해 온 '플랫폼 종속 심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앞서 한국교원대학교 정진도 교수는 대한공간정보학회 포럼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분석은 동태 일반균형모형(CGE)을 적용해 산업별 파급효과를 추정했으며, 플랫폼·모빌리티·관광·물류 등 8개 산업을 대상으로 비용을 계량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지도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국내 산업이 향후 10년간 부담해야 할 누적 비용은 최대 150조~197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이 가운데 플랫폼 산업은 로열티 유출, 광고·상거래 트래픽 이동, 지도 API 의존도 상승 등 간접 비용이 집중되는 분야로 지목됐다.
정 교수는 "초기에는 이용자 편의가 증대되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자생력이 약화되어 해외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랫폼 시장 측면에서 가장 큰 변수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경쟁 조건의 변화다. 현재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광고, 검색, 커머스,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이들 기업은 국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보안 규제와 세제, 망 사용료 등 각종 제도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반출을 허가받은 구글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대신 국내 제휴기업의 보유 서버를 통한 가공 방식으로 반출이 가능해졌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형평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는 한번 해외로 반출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정부가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관련 업체와 학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정밀 지도 반출의 주요 전제 조건이었던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대신 제휴 서버 활용만으로 허용한 부분에 대해 "국내 업체들과 동일한 규제 환경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조세 형평성 문제도 쟁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국내에서 연간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100억 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설치를 끝내 수용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국내에서 기존 업체들과 동등한 수준의 지도 기반 서비스를 영위하면서도 조세 부담은 최소화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도 고정밀 지도 반출이 국내 디지털 생태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검토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공간정보가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국내 사업자의 서비스 고도화 및 데이터 축적 능력이 제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도 데이터의 통제권 상실은 향후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전략 산업의 주도권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순한 데이터 이전을 넘어 플랫폼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고정밀 지도는 검색·광고·모빌리티·커머스를 연결하는 기본 데이타다. 특정 글로벌 사업자가 이를 기반으로 국내 서비스 전반을 잠식할 경우, 트래픽과 광고 수익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정부 결정 이후 필요한 것은 후속 제도 설계다. 데이터 주권, 조세 형평성, 공정 경쟁 원칙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이번 고정밀 지도 반출이 산업 혁신의 촉매가 될지, 국내 플랫폼 생태계 위축의 출발점이 될지가 갈릴 전망이다.
ysyoon@yna.co.kr
윤영숙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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