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아침 출근과 동시에 서울 현물환 시장보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형성된 달러-원 환율 흐름부터 확인한다.
한국 원화 환율임에도 가격 방향이 해외 역외시장 움직임에 먼저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 국내에서 말하는 달러-원 NDF 거래는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 금융중심지에 위치한 글로벌 금융기관 간 장외(OTC) 시장에서 이뤄진다.
이 시장에서는 원화뿐 아니라 대만달러,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 등 다양한 아시아 통화의 NDF 거래가 이뤄지며, 달러-원 NDF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거래 비중이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익숙한 구조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따른다.
왜 한국 환율이 해외에서 먼저 움직일까.
◇NDF 시장의 탄생…자본규제의 산물
달러-원 NDF 시장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성한 시장이라기보다 외환제도 환경 속에서 형성된 시장에 가깝다.
외환위기 전후 한국은 급격한 자본 이동이 환율 변동성을 확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의 해외 실물 결제를 제한해 왔다.
이에 원화는 해외에서 직접 인도·결제가 어려운 통화로 남았고, 해외 투자자들은 원화를 직접 사고팔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지속됐다.
이에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 환율 차이만 달러로 정산하는 거래 구조를 활용했고, 이 과정에서 NDF 시장이 형성됐다.
◇역외 NDF, 한때 규제 논란도
과거 달러-원 NDF 시장을 둘러싼 규제 논란도 있었다.
외환당국은 2004년 1월 역외 NDF 거래가 환율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포지션 규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외국계 금융기관과 헤지펀드의 NDF 거래가 원화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책 대응 필요성이 논의됐다.
다만 규제 추진은 시장 유동성 위축과 가격 왜곡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기간 내 철회됐다.
자본 자유화 흐름에 역행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해외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당국은 거래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외환 포지션 관리와 시장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NDF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원화 환율 기대가 반영되는 주요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 24시간 환시 시대…NDF 역할 변화 주목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올해 7월을 목표로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사실상 24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런던 마감 이후 뉴욕 시장까지 국내 시장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론적으로는 야간 시간대 가격 형성 기능 일부가 역내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기반과 파생 거래 인프라가 이미 역외시장에 구축돼 있는 만큼 NDF 시장의 역할이 단기간 내 크게 축소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NDF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고 거래 편의성도 있다"며 "24시간 체제가 도입되더라도 거래 관성이 있어 당장 없어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달러-원 환율이 해외에서 먼저 움직이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의미한다기보다 원화가 아직 완전한 국제통화 단계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특징인 셈이다.
서울 외환시장이 24시간 체제로 전환을 앞둔 가운데 NDF 중심의 환율 형성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그래픽=연합인포맥스 제작(생성형 AI 활용)
syyoon@yna.co.kr
윤시윤
syyo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