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금융당국이 증시의 질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었다. 우선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을 골라내기로 했다.
한편 국내보다 먼저 밸류업 카드를 꺼내 든 일본도 저성과 기업 퇴출에 집중하고 있다. 역대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 유지를 포기한 가운데, 양국의 저성과 기업 솎아내기 작업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일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해 내년 6월까지 집중 관리 기간을 운영한다.
당국은 상장사 중 주가가 1천원을 하회하는 동전주,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을 밑도는 종목과 매출액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을 퇴출하기로 했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공시 위반으로 벌점이 10점 이상 누적된 상장사도 포함된다.
상장 폐지까지의 지난한 과정도 효율화하기로 했다. 코스닥 실질 심사 시 기업에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도 1년까지로 추가 축소한다. 기존에는 2년의 기간이 부여됐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 역시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과 협의하기로 했다. 가처분 소송이 인용되는 사례가 극히 적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상폐를 막기 위해 기업이 '우회책'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 셈이다. 단순히 시간을 벌겠다는 꼼수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한국거래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상장폐지 대상은 약 150개사 내외로, 최대 220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당초 예상했던 50여곳보다 3~4배 많은 수준이다.
관련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당시 권대영 부위원장은 "25년 전 제가 사무관이던 시절에도 동전주가 있었는데, 이미 너무 늦은 측면이 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속구'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대통령도 나서 증시 체질 개선을 주문한 만큼 조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퇴출 위기 기업에 대한 촘촘한 관리와 보다 장기적인 시장 재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치의 시의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와 강도가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는 느낌이 있다"며 "억울한 곳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에서의 밀착 모니터링이 필수적인데, 업무가 몰릴 실무단에서 이를 충실히 챙길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에도 수년 전 발표한 저성과 기업 퇴출 계획이 단계적으로 적용돼 지난해들어 그 효과가 통계적으로 잡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저성과 기업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지만, 접근 방식은 다소 달랐다. 한국이 퇴출을 앞세워 속도를 높이고 있다면, 일본은 시장 재편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기존 1·2부 시장 체제를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시장으로 개편하며 상장 유지 기준을 정비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에 대해 자본 효율성 개선 계획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계획을 따르지 않은 기업은 비교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시가총액의 경우 그로스 5억엔, 스탠다드 10억엔, 프라임 100억엔을 기준으로 뒀다. 매매단위 기준으로, 월평균 거래량도 검증한다.
이에 일본에서도 상장폐지 종목의 개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0여곳의 기업이 퇴출됐으며, 이는 2024년 94곳에 이어 또 한번의 역대 최대 기록이다. 기업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경영자 매수 방식, 혹은 모회사 편입 방식으로 상장폐지된 비율이 높다.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gepark@yna.co.kr
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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