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불안한 상황에서도 신호등 역할을 하는 게 한국은행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포워드 가이던스 확대 실시와 함께 한은의 역할을 알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비난을 두려워하기보단 시장에 방향성을 줄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각오다.
6개월로 늘어난 포워드 가이던스로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의 달라진 기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은은 포워드 가이던스의 사전 작업으로 이어왔던 경제전망에 대해 그간의 전망치와 실제 발표치간의 오차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스로 오답 노트를 발표하면서 역량 개선 의지를 다진 것은 물론, 시장과의 소통에도 앞장섰다.
2일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와 이후 진행된 경제전망 설명회를 두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을 다독이려는 이 총재의 의지가 확고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전망 설명회에서는 단순한 전망 공표 및 배경을 밝히는 것을 넘어 그간의 오차를 되돌아보며 시장과의 소통에 나서 그동안의 행보와 차이를 보였다.
당시 한은은 지난 1년 반여간 실시한 경제전망 중 실제 발표치와의 오차 발생 사례를 분석하고 원인을 돌아보며 향후 개선 의지를 드러내는 자기검증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김민식 한은 거시전망부장은 "저희 조사국 입장에선 공개적인 자기 검증이 뼈아픈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런 작업으로 한은 조사국의 전망 역량을 개선하고 꾸준히 나아가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주체가 저희 전망을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함으로써 합리적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전망은 포워드 가이던스 실시에 앞서 시장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사실 복잡다단한 경제 환경 속에서 경제전망을 모두 맞추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환경적 한계에도 보수적인 곳으로 꼽히는 한국은행이 직접 앞선 과정을 돌아보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은 더욱 눈길을 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특히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더욱 실감 났다"며 "한은의 정보 접근성이 시장보다 압도적이다 보니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설명해주려는 시도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한은의 자기반성과 더불어 6개월로 늘어난 포워드 가이던스의 첫 출발은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불안정했던 서울 채권시장은 포워드 가이던스로 금리 동결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 빠르게 안정됐다.
다만 한동안 경제전망 오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던 만큼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여전하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금은 인상 우려가 있는 장이라 6개월로의 확대가 시장 안정화 재료로 작용했지만 이후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줄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6개월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통위원들의 불확실한 전망을 시장에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의 이 총재 발언은 이러한 우려에 대한 변화의 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당시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조건부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조건부 전망인 만큼 향후 새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경제 여건이 급변할 경우 포워드 가이던스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고려해 오차가 발생했단 사실에 집중하기보단, 이를 야기한 배경 등을 되돌아보면서 해석의 방향을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그는 "민간에서도 불확실성 시그널을 주는데 한은이 비난이 두려워 아무 얘기도 안 하면 신호등 없이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포워드 가이던스가 좋은 평가를 받아 금통위원 변화와 관계 없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 확대 실시와 더불어 이를 지속하기 위한 참여자로 시장과 언론을 지목했다.
그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한은의 결정에도 달려있지만, 시장의 반응과 언론의 평가에 달려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은의 역할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phl@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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