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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Why] 지배구조 특별결의 사각지대

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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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 주재하는 권대영 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격상할지를 둘러싼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합리적이라 판단되면 미리 도입하라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지만, 금융지주들은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며 방어진을 쳤다. 특별결의 도입 직전 '사각지대'를 십분 활용하기로 한 셈이다.

이는 주주총회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TF의 결론을 주총 이후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파장이기도 하다. 관행에 영향은 줘야 하나 직접 개입으로 비치는 것은 싫고, 이렇다 보니 합리적이라면 먼저 받아들이라며 우회적 접근에 나선 점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의 '메시지 관리 실패'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들은 TF가 완료된 이후 논의내용들을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혔고, 이렇다 보니 이달 말 정기주총에서 차기 회장 연임 안건에 특별결의를 적용키로 한 곳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에선 "선택의 여지를 준 것은 결국 금융당국"이라는 지적이 쌓이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금융지주는 신한·우리·BNK 등 3곳이다. 논란의 신호탄을 쐈던 BNK금융은 이사회 구성원 절반을 주주추천 사외이사로 바꾸는 선에서 대응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은 3연임에 한정해 특별결의를 도입한다. 연임부터 특별결의를 도입하라는 게 TF의 요구인 점을 고려하면 당국 입장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의 3연임 특별결의는 오히려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국에 제시했던 단서 조항에 불과하다. 이번 TF와는 시점과 맥락 자체가 달랐던 사안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특별결의 도입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특별결의 도입이 3연임 관행 부활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그간 금융당국은 이너서클 방지와 세대교체 유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등의 지적을 통해 지주 회장들의 3연임엔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간 "대통령 임기도 5년인데 지주 회장 9년은 너무하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 맥락이다.

다만, 특별결의가 지주 회장 3연임에 확고한 명분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러한 논리 기저엔 금융지주 입장에서 CEO의 연임과 3연임을 위한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는 것이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주주들의 표심이 자칫 포장된 성과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여기엔 수익성 지표를 어느 정도 공유하는 현재의 금융지주들이 CEO에 따라 얼마나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지분'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지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50% 수준이고, KB·신한·하나금융은 70% 안팎인데, 최근 강화된 주주환원 기조를 고려하면 외인 지분의 표심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외인 지분의 경우 배당만 잘해주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인 국내 기관들의 반대가 나오기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경우 과점주주 체제로 출발한 대표 금융사지만, 과점주주와 주주추천 사외이사들이 실제로 CEO의 연임 행보에 제동을 걸었던 전례는 없었다. 지배구조를 바꾼 것은 늘 금융당국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전히 금융지주가 주요 주주 관리를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직·간접적 인센티브는 상당하다. 행동주의 펀드 정도를 제외하면 각을 세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금융사고, 내부통제 이슈 등으로 제재 안건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 금융지주 특성상 주총 표 대결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과제가 아니란 얘기다.

어쨌든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의 '비협조 모드'에 놀라 주총 전 지배구조 TF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총 안건 논의가 끝난 시점이라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향후 지배구조TF의 결론이 연임·3연임 특별결의 도입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낼 명분은 크게 줄게 된다. 또 은행권이 대놓고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공공성'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금융당국이 그때 가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려면 상황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보다 정교한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뒷북은 그만 쳐야 한다. (금융부 정원 차장)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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