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3일(이하 미 동부시각) 뉴욕 금융시장에서 3대 주가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군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서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국채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국채 가격을 압박했으나, 미국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 발표 이후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달러화 가치는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9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뉴욕 유가는 4% 넘게 급등하며 이틀 사이 10% 이상의 오름폭을 기록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식화로 위험 프리미엄이 치솟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해군 호송 작전 시사로 장중 상승 폭은 일부 제한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2.13포인트(9.93%) 오른 23.57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걸프만을 통과하는 모든 해상 무역에 정치적 위험 보험 및 보증을 제공하도록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에 지시했다"며 "필요하다면 미국 해군은 가능한 한 빠르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대해 호송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식시장
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3.51포인트(0.83%) 떨어진 48,501.2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64.99포인트(0.94%) 밀린 6,816.63, 나스닥종합지수는 232.17포인트(1.02%) 내려앉은 22,516.69에 장을 마쳤다.
이날도 주요 주가지수는 갭 하락으로 출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이틀째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심을 갉아먹었다.
미군이 이란 수뇌부를 빠르게 제거했지만 장기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란 군부와 중동의 친이란 세력이 게릴라식으로 치안 불안을 유도하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퀴드넷의 제프리 오코너 미국 주식시장 구조 총괄은 "장기전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몇 주 동안 시장을 짓누를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이같은 지정학적 충격을 간과할 수 있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상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유가 안정 대책이 시장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주긴 했다.
그럼에도 증시에서 투심은 완전히 회복되진 못했다. 주요 지수는 낙폭을 줄이다 마감 무렵 다시 확대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주요 아시아 국가가 타격받게 된다는 점을 특히 시장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약 80%는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 등으로 향한다. 이곳이 봉쇄되면 전 세계 제조업 핵심 거점의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주요 아시아 국가는 수개월 치 원유 재고를 비축해뒀으나 호르무즈 봉쇄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의 제조업 생산이 둔화하면 미국 하드웨어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58% 급락하며 다른 지수 대비 낙폭이 큰 것도 이같은 불안이 반영된 것이다. 아시아 반도체 시장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면 미국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기업들도 실적 전망을 재산정할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소재가 2.69%로 최대 낙폭을 찍었다. 기술과 산업, 의료건강도 1%대 하락세였다.
필리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8% 급락했다. 인텔과 KLA,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도 6% 안팎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 중에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가 강세였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1%대 하락세였고 나머지도 낙폭이 크진 않았다.
하드웨어 산업 주가가 주저앉으면서 그간 투매에 휩쓸렸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반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종 상장지수펀드(ETF)인 IGV는 1.63% 올랐다.
MSCI가 산출하는 한국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 코리아 불 3X 쉐어즈(KORU·코루)'는 31% 폭락했다. 장 중 -45%까지 낙폭을 확대하며 극도의 변동성을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58.1%로 반영했다. 전장 마감 무렵의 54.1%에서 상승했다.
◇채권시장
연합인포맥스의 해외금리 일중 화면(화면번호 6532)에 따르면 3일(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오후 3시 기준가 대비 0.60bp 높아진 4.0560%에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3.5000%로 1.30bp 상승했다.
만기가 가장 긴 30년물 국채금리는 4.7030%로 0.40bp 올랐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전 거래일 56.30bp에서 55.60bp로 축소됐다.
국채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장 초반까지는 유가의 뜀박질 속에 미 국채금리도 오르는 양상이었다. 10년물 금리는 한때 4.1170%까지 상승,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가 초거대 유전인 루마일라에서 원유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9%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및 가스 운반선에 대한 군사적 보호 제공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자 유가는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미 국채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BEI)도 유가를 따라 움직였다. 10년물 BEI는 한때 2.32% 근처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반락했다.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UBS의 바누 바웨자 수석 전략가는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과도하다"면서 "유가 문제가 지속되면 성장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당분간은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비둘기파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장 후반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유가와 함께 미 국채금리는 레벨을 좀 더 낮췄다. 장단기물 모두 소폭의 강세로 돌아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FHN파이낸셜의 윌 콤퍼놀 거시 전략가는 유가 급등에 대해 "이는 연준의 정책 사이클에서 일시적 물가 상승을 간과할 수 없는 시점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시장이 정말로 기반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장중 변동폭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11)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현재(이하 미 동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7.663엔으로, 전 거래일 뉴욕장 마감 가격 157.353엔보다 0.310엔(0.197%) 상승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이날 "우리는 극도로 높은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달러 환율은 1.16175달러로 전장보다 0.00720달러(0.616%) 급락했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유럽 천연가스 시장의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근월물은 이날 전장 대비 20% 뛰었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로드리고 카트릴 시장 전략가는 "유럽과 일본은 주요 경제권 가운데 여전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환경에서 엔과 유로는 부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올랐다. 시장 전망치(+1.7%)를 상회했다.
달러인덱스는 99.105로 전장보다 0.463포인트(0.470%)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과 전쟁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들(이란)의 방공망, 공군, 해군, 그리고 지도부는 사라졌다"면서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있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여기에 이라크가 자국 최대 유전 루마일라에서 원유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달러인덱스는 장중 99.685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3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이후 달러는 유가와 미 국채 금리에 연동해 상승 폭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다. 런던 거래에서 3.6%를 넘겼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뉴욕장에서 3.5% 수준으로 굴러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마감가는 전장 대비 4.7% 올랐지만, 장중 고점 대비로는 상승폭이 절반가량 축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다면, 미 해군은 가능한 한 신속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대한 호위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해상 보험도 제공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달러인덱스는 한때 99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모넥스USA의 후안 페레스 트레이딩 디렉터는 "시장은 이번 충돌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점점 더 반영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란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타협에 나설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이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그는 "물론 상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힘을 받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슈왑 금융연구센터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이자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은 투자자 자금의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1.33617달러로 전장보다 0.00397달러(0.296%) 내려갔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6.9174위안으로 0.0166위안(0.241%) 상승했다.
◇원유시장
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33달러(4.67%) 튀어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공식화하며 해협을 지나는 선박엔 발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이기도 한 이란에도 주요 수출 항로이기 때문에 과거에도 봉쇄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꺼내자 시장은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을 더 얹었다. 이란 정권 수뇌부는 빠르게 제거됐으나 이란 군이 게릴라식으로 저항하면 장기전이 되고 고유가 상황도 오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호르무즈 봉쇄 여파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인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 항구에선 유조선 운임이 한 척당 2천8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평시 운임의 두 배 이상으로 하루 만에 폭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사우디의 서부 연안에 위치한 얀부 항구는 해당 지역의 유일한 원유 수송 출구가 됐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얀부 항구에도 병목 현상이 예상된다.
그나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군 호송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가는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다.
권용욱
ywkwon@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