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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서킷브레이커] 투매가 투매 부른다…32조 빚투 '극단적 레버리지 붕괴'

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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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 공포 현실화…"10%만 하락해도 반대매매 모든 포지션 강제 청산 가능"

앞서 블로오프 탑 전망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가운데, 32조 원이 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물량이 증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당장 다음 날 개장 직후 대규모 반대매매(강제 청산)가 쏟아질 것이란 공포가 극에 달한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도 이번 폭락을 '레버리지 연쇄 청산에 따른 버블 붕괴'로 진단하고 나섰다.

4일 연합인포맥스 증시자금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 6천689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초 27조 원 수준이었던 잔고가 불과 석 달도 채 되지 않아 5조 원 넘게 맹렬히 불어났다. 당장 결제해야 할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1조 526억 원이 쌓여 있다.

문제는 27일 이후 코스피가 15%가량 폭락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담보 유지 비율을 밑도는 계좌가 속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족한 증거금을 채워 넣지 못하면 증권사는 다음 날 개장과 동시에 동시호가로 기계적인 반대매매 주문을 낸다.

당장 내일(5일) 아침 개장 직후 쏟아질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지수를 짓누르는 '투매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덮치고 있다.

◇1원으로 수십원 빚내는 구조…버블 붕괴

이러한 반대매매 공포는 해외 매체들이 앞서 경고했던 '극단적 레버리지 구조의 붕괴' 시나리오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 유명 금융 매체 제로헤지(Zerohedge)는 최근 코스피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전형적인 '파라볼릭 버블(Parabolic Bubble)'로 명명했다. 펀더멘털이 아닌 투기적 차입 자금에 의해 주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기형적 장세였다는 것이다.

제로헤지는 이번 폭락의 뇌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지목했다. 1원의 자본으로 10원어치 주식을 빚내서 산 뒤, 주가 상승으로 담보 가치가 늘어나면 다시 수십원 규모의 빚을 내는 이른바 '반사적(Reflexive)' 순환 구조가 팽배했다는 지적이다.

매체는 "이런 모래성 구조에서는 주가가 단 10%만 하락해도 모든 포지션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가 63 수준까지 치솟은 것 역시 시장이 대규모 강제 청산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경고했다.

◇"100년 치 수익률 당겨 써…개인 패닉에 기관 기계적 매도 덮쳐"

앞서 코스피의 '블로오프 탑(blow-off-top·가파른 상승 후 폭락)' 가능성을 경고해 온 마르코 콜라노비치(Marko Kolanovic) 전 JP모건 수석 전략가의 전망도 맞아떨어졌다.

콜라노비치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가는 데 40년이 걸렸으나, 최근 몇 달간의 폭등은 100년 치 평균 수익률과 맞먹는 비정상적 수치"라며 "지금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살아생전 이 지수대를 다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그는 지수 급락 과정에서 개인의 빚투 청산에 기관의 기계적 매도가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봤다. 지수가 단기 고점에서 미끄러지면서 추세 추종형 펀드인 CTA의 대규모 손절매 물량이 쏟아지고 월말·월초 자산 배분 리밸런싱을 위한 기관의 매도세가 겹치며 최악의 수급 꼬임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콜라노비치는 시장이 AI(인공지능) 열풍에 취해 지정학적 뇌관을 완전히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폭락 직전인 지난달 26일 미국의 대이란 공격 대비 뉴스를 공유하며 "투매를 촉발할 방아쇠는 전쟁이나 패닉 셀링 등 도처에 널려 있다"며 중동발 쇼크를 예견했다.

결국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AI 낙관론에 가려져 있던 빚투 버블이 일거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kslee2@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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