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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람이 미래다] 키움증권 CHO "AI 시대, 살아남을 열쇠는 결국 사람"

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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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욱 경영지원본부장 "스펙형 인재 시대 저물어…해석과 융합 최우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전병훈 기자 = 키움증권 면접장에 들어선 지원자는 거침이 없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똑부러진 모범 답안이 흘러나왔다. 화려한 스펙에 학점도 완벽했다. 하지만 면접관이 준비된 범위를 살짝 벗어난 질문을 던지자 지원자는 당황하며 원래의 답만 맴돌았다.

오성욱 키움증권 경영지원본부장(상무·CHO)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엔 말하는 게 똑부러져서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확장된 질문을 하니 그 선 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질문을 이어 가는데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종의 챗GPT한테 답 받는 느낌이었죠."

1·2차 면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 지원자는 결국 최종 면접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합인포맥스 촬영]

최근 연합인포맥스와 만난 오 상무는 이 일화를 통해 AI시대 전환기를 맞은 여의도 증권가의 인재 영입 공식이 전과는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정답을 외워 오는 스펙형 인재의 시대는 저물고 복잡한 변수를 꿰뚫어 보는 '해석과 융합'의 능력이 채용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AI 꿰뚫어 봐야"…현장이 원하는 융합형 인재

오 상무가 인터뷰 내내 거듭 강조한 키워드는 해석 능력이다. 그는 "AI 도입으로 기술적 간격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진단했다. "AI가 거짓말을 할 때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그리는 융합형 인재의 표본은 현재 본사 경영 부문에서 맹활약 중인 한 팀장이다.

IT 개발 코디네이터 업무로 시작해 현장 영업을 거치고 지금은 회사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까지 두루 소화하는 인물이다.

오 상무는 "영업이라는 자기 경험, 업무 개발 환경에서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회사 전체를 관리하는 시각까지 융합할 수 있는 인재"라고 평했다. 전공의 장벽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엮어내는 시야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취업 준비생들의 이력서를 향한 따끔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오 상무는 "단기간의 인턴 경험에서 '대단한 성과를 냈다'고 적힌 자기소개서는 솔직히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대신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의미의 발견이다.

그는 "맡은 일이 회사의 정책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업무라도 자신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찾아내는 사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출신 인사통…"판교 개발자들, 여의도로 온다"

금융권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이미지도 옛말이 됐다. 우수한 테크 인재들의 시선이 판교 테크밸리를 넘어 여의도 자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오 상무 본인이 이 흐름을 가장 정확히 짚어내는 산증인이다. 과거 포털 기업인 다음 커뮤니케이션 등 IT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08년 경력직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2016년 인사팀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키움증권의 인재 발굴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해 지금의 경영지원본부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10년 가까이 인사 혁신을 이끌어왔다. IT와 금융, 두 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여의도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그는 "우리나라를 크게 움직이는 곳은 두 곳, 판교하고 여의도"라며 "과거에는 IT 투자가 먼저 이뤄진 판교에 개발자가 몰렸지만 지금은 한국 금융이 후진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엄청난 발전이 이뤄지면서 여의도가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인재 영입 방식도 진화했다. 대학을 직접 찾아가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도, 현직 1~3년 차 선배들이 유튜브에 출연해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날것 그대로 보여줬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이 전략 덕분에 최근 키움증권은 역대 최고 수준의 지원자와 경쟁률을 기록했다.

허리급 주니어 인재들의 이탈 원인이 주로 직무 전환에 있다는 점도 파악했다. 오 상무는 무작정 잡기보다 사내에서 다양한 직무 커리어를 열어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투명해진 성과급, 사라진 술잔…MZ세대 로열티 끌어내

MZ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한 보상에 대해서도 선진적인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연초에 회사의 목표와 그에 따른 보상 재원을 전사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오 상무는 "회사의 올해 사업목표를 공유할 때, 달성 결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책정할 성과 보상 재원을 임직원에게 함께 알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해진 전체 재원하에서 개인별 평가를 반영하여 성과보상이 정해진다. 영업이익 등 정량적 목표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기반 확보 등 장기 성장에 기여한 부분까지 수치화하여 평가한다.

조직 문화 역시 환골탈태했다. 오 상무는 "집단적이고 상명하복적인 스타일이 회사생활을 잘 하는 것이란 인식이 바뀌었다"며 "술잔 돌려가며 파이팅 외치던 문화는 사라졌고 직무에 얼마나 더 몰입하고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점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오랜 시간 인재를 발굴해 온 오 상무는 작금의 AI 시대를 명작 SF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의 '세컨드 르네상스(The Second Renaissance)' 에피소드에 비유했다. 인간과 기계의 갈등, 그리고 거대한 전환기를 다룬 작품이다.

"AI가 증권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데 마치 부글부글 끓어올라 폭발하기 직전 같은 느낌입니다. 증권회사도 그 한가운데 서 있죠.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결국 살아남을 열쇠는 다름 아닌 '사람'에게 있습니다."

kslee2@yna.co.kr

bhjeon@yna.co.kr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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