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트레이드 청산도 미미…에너지 쇼크·정책 불확실성에 엔화 약세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장원 선임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발생한 거대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엔화가 전통적인 '안전자산(Haven asset)'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하며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중동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지난 주말 대비 1% 하락한 달러당 157.20엔을 기록했다.
통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 기업들이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Repatriation)하며 엔화 강세를 유도하던 과거의 공식이 이번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의 닐 뉴먼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위기라고 해서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며 "오히려 해외 투자를 광적으로 지속하고 있어 엔화 환전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분석가들은 엔화의 예상치 못한 약세가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엔화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아시아 태평양 수석 시장 전략가는 변동성 확대로 인해 헤지 통화로서 엔화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의도치 않은 리스크를 유발하지 않고 위험을 헤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현재 일본은 정책적 교차로에 서 있고 새 정부가 들어선 상태라서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엔화를 사용하는 계산법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전쟁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 원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일본의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 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BOJ가 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3년간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역시 엔화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위기 시 나타났던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 움직임도 이번에는 미미하다.
아모바 자산운용의 나오미 핑크 전략가는 "시장이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발틱운임지수나 전쟁 보험료 등 실물 지표가 보여주는 공포에 비해 금융 시장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jang73@yna.co.kr
이장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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