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3박 4일간의 숨 가빴던 동남아 순방 일정 속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메시지는 계속됐다.
이 대통령은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을 향해 "부동산이 사회문제가 안 되는 싱가포르를 많이 배우겠다"고 언급했는가 하면, 집을 사지 못해 '루저'가 됐다는 동포를 만나 "돌아올 땐 집 걱정하지 않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구두 개입'으로 받아들여진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것은 단순한 해외 정책 사례를 참고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집값 안정의지와 주택정책 방향을 동시에 드러낸 강력한 의지를 담은 정치적 구호로도 들린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도 정부 주도의 주택정책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국가로 손꼽힌다. 정부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주택 시장을 관리해 온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인구의 약 80%는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HDB)에 거주한다.
이 대통령이 싱가포르 모델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공공주택 중심 구조와 강력한 시장관리정책이 우리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집값 안정'이 국내 정치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모든 이슈를 부동산과 연결 짓는 이 대통령의 행보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강조하는 상징적 메시지라는 평가가 많다.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공급과 금융 규제를 동시에 활용하는 '국가 관리형 시장'이라는 데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때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추가 취득세 부과 등 이른바 '부동산 냉각 조치'를 반복적으로 시행해왔다. 또 공공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은 과거 급등세에서 벗어나 상승세가 둔화된 상태다. 과거 10%를 웃돌며 두 자릿수대를 나타내던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3~4% 수준에 그쳤다. 최근 분기 기준 상승률은 1%도 채 되지 않는 안정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와 공급 확대 정책이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싱가포르를 배우겠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누군가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비슷한 논의를 떠올리기도 한다. 다만 당시에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컸다면 이번에는 공급과 금융 규제를 결합해 시장을 관리하는 정책 운영방식에 더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정책 메시지 측면에서도 차이가 엿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싱가포르 모델 언급은 주로 공공주택 확대와 관련된 정책 논의 차원이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 안정 의지와 정책 개입 가능성을 동시에 시사하는 데 더 무게가 실린다.
현실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싱가포르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토지 소유구조다. 싱가포르는 토지의 대부분이 국가 소유지만 한국은 민간 소유 토지가 절대적으로 많아 동일한 정책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공공주택 비중 역시 차이가 크다.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이 주택시장의 중심이지만 한국은 민간 아파트 중심 시장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서울과 비슷한, 아니 조금 큰 수준의 도시 하나로 구성된 반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지방 중소도시로 시장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싱가포르와 같은 단일 주택 정책은 전국 시장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시장 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는 녹록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재차 싱가포르 정책을 '배워야 하는' 사례로 언급하는 이유는 시장 과열 시 신속하게 규제를 도입하고 장기적인 공급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싱가포르 정부는 1960년대 이후 공공주택 중심 정책을 유지하며 60년 가까이 일관되게 주택정책을 장기간 관리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 민간주택 중심 시장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단기적인 정책 변화를 반복했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며 '망국적 부동산 정책의 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혹여나 '존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제는 정부가 달라졌음을 알려주기 위한 시그널인 셈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싱가포르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장기적인 정책 체계"라며 "이 대통령이 올리는 엑스 메시지는 존버 집단에 보내는 경고"라고 말했다. (경제부 정치팀 정지서 차장)
(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2026.3.2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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