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창용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 조정 필요…민간과 리스크 분담해야"

26.03.05.
읽는시간 0

(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속 성장을 위해선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 산업정책 성장도 정부가 완전히 주도하기보다는 민간과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이 총재는 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2050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아시아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혁신, 인적자본 투자, 디지털 전환, 서비스업 고도화, 거버넌스 개선 등의 다양한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선진 제조업을 모방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해 강력히 추진하고, 대기업 중심의 민간이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역할 분담이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제 상황이 변하면서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산업정책의 대상도 제조업을 넘어 다변화되어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부 역할을 재정립해 온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산업정책도 이제는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예만 보더라도, 오랜 기간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온 한계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최근 자료를 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17%에 달했다"며 "1년 내 정상화되는 비율도 8개 중 1개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버블을 경험한 1990년대 일본이나 오늘날 중국 국영기업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한계기업이 많은 이유로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해 지원할 때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리스크를 나누고 지원 기업의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전환에는 상당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독일의 부흥금융기구(KfW), 유럽투자은행(EIB),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도 이미 이러한 전환을 경험하였다"며 "이를 통해 정책 금융의 비효율성을 줄여왔다"고 말했다.

이제는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의 성과를 비교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산업 기반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특정 산업을 먼저 육성하고 그 외부 효과로 경제 전체를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이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두 정책의 상대적 효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와 같은 전략 산업의 육성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과 같은 고령화 해결을 위한 구조개혁 투자도 절실한 때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아시아의 부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성장 환경을 둘러싼 세계 경제의 중대한 변화의 영향으로 신중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탈세계화 흐름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지만 최근 무역갈등으로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며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교역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재편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탈세계화보다는 재세계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선진국들이 제조업 자립화를 추구하면서, 산업정책에 복귀하고 있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총재는 "2010년 이후에는 산업정책의 3분의 2 이상이 고소득국가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그 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며 "목적도 경제 효율성을 넘어 국가 안보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가운데 기술발전으로 제조업조차도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제조업이 예전만큼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며 "여기에 AI와 휴머노이드까지 확산되면 생산비용 하락으로 아시아의 제조업 비교우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가 앞으로도 세계 경제성장의 60%를 차지하는 성장엔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환영사 하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한국은행ㆍ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6.1.21 yatoya@yna.co.kr

jhson1@yna.co.kr

손지현

손지현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