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팀장이 되고 나서는 리포트 마감 4일 전부터 학교에서 씻으며 버틴 적도 있었습니다."
감사 시즌의 회계법인도, 어닝 시즌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대학생 동아리방의 풍경이다. 단 한 번의 세션(보고서 발표)을 위해 열흘 밤낮 기업을 파헤치는 이들, 서울대학교 투자연구회 '스믹(SMIC·SNU Midas Investment Club)'이다.
주식시장 호황을 타고 대학가 투자 동아리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제도권 애널리스트 못지않은 집요함으로 여의도를 사로잡은 SMIC의 원대한(51기 회장)·이희원(52기 리크루팅 매니저·RM)을 만났다.
◇가장 '비(非)서울대스러운' 집단…다양한 전공의 화학적 결합
'서울대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똘똘하지만 개인주의적인 모범생이다. 하지만 SMIC은 스스로를 "가장 서울대스럽지 않은 동아리"라고 정의한다. 원대한 회장은 "우리의 문화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라며 "서로 논리를 비판하면서도 끝까지 이끌어준다"고 설명했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다양성'이다. SMIC은 경영대 소속 학술 동아리임에도 절반가량이 타 전공자다. 경영학도는 물론 사회대, 인문대, 나아가 기술적 진입장벽을 단숨에 꿰뚫는 공대생과 자연대생까지 섞여 있다.
전혀 다른 전공의 수재들이 부대끼는 과정에서 상경계열이 놓친 투자 포인트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원 회장은 "주식은 몰라도 산업 본질과 밸류체인을 꿰뚫는 속도가 경이로운 공대생 선배가 있었다"며 "이질적 배경을 가진 이들과 논리를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뼈저린 배움"이라고 말했다.
◇9개월의 도제식 교육…선배들의 현미경 검증
강한 조직력의 비결은 훈련에서도 나온다. 활동은 방학을 포함해 9개월간 쉼 없이 이어진다. 기수당 12~13명을 선발, 25명 안팎이 5개 팀을 이뤄 도제식 커리큘럼을 소화한다.
주니어(신입)는 학기당 4번의 정규 세션에서 산업 분석, 투자 포인트 도출, 매출 추정 파트를 번갈아 맡으며 리서치 뼈대를 세운다. 이후 팀장 선발 과정은 애널리스트 발탁만큼 험난하다. 방학 중 작성한 개인 보고서를 선배와 동기들이 평가해 상위 5명만 팀장 타이틀을 얻는다.
어렵게 완성한 보고서도 세션 당일 검증대에 오른다. 내로라하는 현업 선배들이 참관해 날 선 질문을 던진다. 밤새워 세운 논리도 예상치 못한 허점 앞에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맷집을 키운다. 여의도에서 "SMIC에서 1년 버텼다면 기본은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훈련 덕일까. 강성부 KCGI 대표(1기),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1기), 최준철·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3기),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5기) 등 운용업계를 주름잡는 이들이 SMIC을 거쳤다.
◇이름값 대신 실력으로 증명하는 '독종'들
화려한 동문 계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SMIC은 선배들의 후광보다 자체 리서치 역량으로 여의도의 신뢰를 쌓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뚜렷하다. 이희원 RM은 "단순 호기심이나 스펙용 동아리로는 한계가 있다"며 '열정'을 1순위로 꼽았다. 원 회장은 "기꺼이 리스크를 감내하며 한계와 '인생의 상방'을 뚫고 싶은 독종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고민이 담긴 SMIC 보고서는 종종 투자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신선한 스몰캡(중소형주) 발굴로 주목받으면서도 학생들 스스로는 보고서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포장되는 것을 경계한다.
원 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당부했다.
"저희는 완성된 전문가가 아닙니다. 기업과 시장 분석이 즐거워 열정을 쏟는 학생일 뿐입니다. 보고서의 목표 주가(TP)나 모델링 수치를 절대적 지표로 맹신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대신 참신한 아이디어와 치열한 고민의 흔적 그 자체를 '기특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SMIC 홈페이지]
kslee2@yna.co.kr
이규선
kslee2@yna.co.kr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