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연기금 이모저모] 관치금융 vs 거버넌스…기금위 반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넘기기'

26.03.06.
읽는시간 0

의결권 민간 이양 일단 후퇴

(서울=연합인포맥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위탁운용 자산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기금운용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관치 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한 구상이었지만, 기금위에서는 국민연금의 기업 거버넌스 개선 압박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수책위·실평위·기금위 반대 속 '의결권 넘기기' 추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2026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책임 활동을 넘기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보고·논의됐다.

앞서 진행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와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실평위)에서도 보고 안건으로 논의됐으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내용이다. 그런데도 안건이 다음 기금위로 밀리지 않고 이달 바로 상정됐다.

기금위에서도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서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은 기금본부 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시행 방안을 추가 논의한 뒤 기금위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의결권 영향력 축소…관치 금융 논란·5% 룰 회피 방안

이번 안건은 국민연금이 가진 직접투자 의결권과 위탁운용 의결권을 분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는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위탁운용 계좌에서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A라는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 직접투자 지분이 3%, 위탁운용 지분이 3%라면 국민연금이 총 6%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투자하지 않는 기업만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해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민연금이 A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 지분 3%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위탁운용 지분 3%에 대해서는 위탁운용사의 명의로 의결권 등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위탁운용 방식을 '투자일임' 방식에서 '단독펀드' 방식으로 변경하면 이러한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안건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관치 금융' 논란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복지부가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대부분의 상장사에서 주요 주주로서 영향력이 막대하다. 이 때문에 의결권 행사 때마다 주목받으며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혹이 꼬리표처럼 붙었다.

'5% 룰'에 따른 운용상 제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추진 명분으로 제시됐다. 현재는 A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직접투자 지분율이 3%더라도 위탁운용 지분까지 합산해 5%를 넘으면 보유 주식 수와 보유 목적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운용 전략이 노출되는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거버넌스 견제 권력 약화·독립성 우려 여전

하지만 기금위에서는 이 같은 설득에도 반대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 사태 이후 조직·제도를 정비해 정부와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구축했다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재벌과 대기업을 상대로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유일한 견제 권력인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노동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단독펀드 방식으로 바꾸더라도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과 완전히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선택받아야만 위탁운용 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자산운용사 또한 지주회사와의 관계에서 완전히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국민연금의 중소형주형과 액티브퀀트형 등 위탁 자금을 운용하는 KB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이 약 9% 지분을 보유한 KB금융의 계열사다.

'5% 룰'에 따른 제약은 제도 개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적연금의 대량보유공시 의무를 완화하거나 주주활동에 대해서는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를 예외로 두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상반기 내 안건 보완…복지부, 추진 의지 강조

이 같은 분위기에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기금본부는 기금위에서 제기된 우려 사항을 반영해 올해 상반기 내로 시범사업 추진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도자료에서는 기금위 의결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의 수탁자책임 활동 기준을 강화하고, 현물 이전 등 제도적 제약을 해소하는 방안이 두루 검토될 전망이다.

이날 기금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경영계와 노동계뿐 아니라 일반 기금위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국민연금이 정부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 논의인 만큼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방향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부 송하린 기자)

2026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6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5 uwg806@yna.co.kr

hrsong@yna.co.kr

송하린

송하린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