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며 유가 충격이 경제 펀더멘털을 뒤흔들 경우 미국 주식시장의 부진한 흐름도 계속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전쟁 시 미국 주식의 매도세가 오래가지 않았다면서도, 유가 및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기 침체로 전이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8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한 주간 3.01% 빠진 47,501.55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2.02% 내린 6,740.02, 나스닥종합지수는 1.24% 하락한 22,387.68에 한 주를 각각 마쳤다.
시장이 이번 주 흔들린 것은 중동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이런 불안이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전쟁이나 지정학적 분쟁 같은 상황은 리스크가 시장에 빠르게 반영된 뒤 일단락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종 전쟁과 분쟁 등 20건 이상의 지정학적 사건 발생 후 주가를 분석한 결과, S&P 500지수는 평균적으로 18일 이내에 바닥을 치고 39일 안에 사건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슨 그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건 이상의 주요 지정학적 사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사건 발생 6개월 뒤 중간값 기준으로 5% 이상 상승했다.
카슨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은 6개월 이내에 대부분의 사태가 해결되는 경향이 있으며, 해결되지 않는 경우는 지정학적 위기가 원인이 아니라 경기 침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이 미국 주식의 장기적인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며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S&P 500지수는 발생 후 1개월, 6개월, 12개월 시점에 각각 평균 2%, 6%, 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가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경우 대개 경제 펀더멘털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혼합하며 주가 하락세가 장기화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고유가 리스크가 경기 침체 이슈로 전이되며 주식시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91.6달러에서 123.7달러 수준까지 올랐었고, 이런 고유가 지속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으로 연준은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미 증시도 사건 발생 1년 뒤 크게 빠지지는 않았으나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었다.
결국 이번에도 유가 충격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경제 펀더멘털을 뒤흔들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은 지난 2022년 당시보다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반영하는 리스크의 크기는 크지 않은 셈이다.
과거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으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하면 시장의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손더스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쇼크가 비교적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가정한다"면서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이차적 파급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장 미국 증시의 매도세가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와 고유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ywkwon@yna.co.kr
권용욱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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